마음에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
◆ 인맥에 목맬 필요 없다 ---------------
인맥을 늘리느라 애쓰지 않아도 된다. 인맥은 늘리는 게 아니라, 생기는 것이라 그렇다. 인맥을 늘리려면 반드시 시간, 돈, 신경을 써야 한다.
자연스레 자기 계발에 투자할 시간과 돈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나한테 써야 할 소중한 자원을 남한테 쓰는 셈이다. 인맥에 투자할 시간과 돈으로 자기 계발에 투자하고, 인맥 대신 실력을 늘려야 한다.
실력이 있고 성실한 사람은 인맥이 알아서 생기기 때문이다. 성실한데 실력까지 있으면 그 가치를 누가 모를까. 제대로 된 안목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가나 그런 가치 있는 사람을 가까이 두려고 한다.
그때 가서 생기는 인연을 소중히 여기면 된다. 그때는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관계이기 때문에 맞출 필요도 없고 일방적으로 뺏길 일도 없다. 이런 관계가 제대로 된 인맥이다. 그러니 인맥에 목맬 필요 없이 자기 자신을 발전시키는 것이 곧 건실한 인맥을 만드는 비결이다.
◆ 가까이 둬선 안 될 사람 ---------------
안 될 이유만 말하는 사람은 가까이 둬선 안된다. 사람은 누구나 실패를 하면서 산다. 그러나 그 실패마저도 시도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시도조차 하지 않는 사람이야말로 최악의 실패다. 아인슈타인은 어제와 똑같이 살면서 달라진 내일을 기대하는 건 정신병 초기라는 명언을 남겼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나아진 결과만 바라는 모순덩어리의 욕심쟁이게 일침을 가한 말이다. 안 될 이유만 찾는 사람이 바로 이런 사람이다. 무엇이든 안 되는 이유가 있겠지만, 시도해 보며 고치면 된다. 고쳐지지 않는다면 해결 방법을 찾으면 된다. 해결 방법이 없다면 다른 방법을 찾으면 된다.
다른 방법마저 없다면 다른 일을 시도하면 된다. 중요 한건 안 될 이유를 대면서 언제까지고 가만히 앉아있는 것이 아니라, 안 될 이유를 알아도 움직이고 해 보는 거다. 그래야만 내일이 달라진다. 조금씩 달라지는 내일이 쌓여서 훗날 몰라보게 다른 사람이 된다.
하루아침에 기적처럼 달라지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안 되는 이유부터 찾는 사람을 경계하고 멀리해야 한다. 그 사람이 그렇게 살았기에 성공하지 못하고 지금처럼 사는 것이다. 부정적이고 게으른 사람의 말에 휘둘릴 이유가 없다.
◆ 맺고 끊는 것이 잘 안되는 이유 ---------------
인간관계를 마음대로 맺고 끊지 못하는 이유는 소심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정이 많아서다. 잔정이 많은 성격이라서 마음이 여리다. 그러니 상대방에게 모질게 굴지 못한다.
태도가 달라진 사람을 보면 괜히 무얼 잘못했나 싶고 멀어지는 사람에게 가까워지려고 노력하고, 떠나는 사람은 안타까운 마음에 붙잡고 싶어 한다.
사이가 괜찮았던 경우 계속해서 좋았던 시절의 과거를 떠올리고, 이전 상태를 유지하고 싶고, 시간을 되돌리고 싶어 한다. 그러니 상대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싫은 소리도 못 한다.
가위로 자르듯 딱 잘라서 끊고 냉정한 사람처럼 굴고 싶지만 잘 안된다. 남이 보기엔 답답할 수 있다. 구질구질 하지만 성격이 그런 걸 어쩌겠나.
매물차게 끊지는 못하지만, 몇 번이고 더 돌아보는 따뜻한 마음을 지니고 있다. 이처럼 인간적이고 포근한 장점을 품은 당신은 틀린 적이 없다. 그저 다를 뿐이다.
◆ 그리움과 외로움은 다르다 ---------------
그리워하는 것과 외로워하는 것은 혼동하기 쉽다. 두 감정 모두 상실감이 드는 점은 같기 때문이다. 상실은 어둡고 캄캄하고 낯선 방에 혼자 남겨져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는 감각이다.
그래서 외로움 때문에 사람을 만나게 된다. 도저히 혼자서는 견딜 수 없을 만큼 외로워서 누구든 만나 상실감을 달래려고 한다.
타인과 시간을 보내면 외로움이 달래지기도 하지만, 전혀 달래지지 않는 순간이 있다. 이때의 감정은 외로움이 아니라, 그리움이라서 그렇다.
외로움은 아무나 달랠 수 있지만, 그리움은 그 사람이 아니면 달랠 수 없다. 심장을 한 움큼 집어가 버린 그 사람이 보고 싶어서 심장이 아프고 외로운 것이다.
그리움이란 그런 것이다. 문득 밀려오는 것. 멀쩡하다가도 견딜 수 없는 것. 아무렇지 않다가도 울컥하는 것. 남겨진 추억이 아름다울수록 고통스러운 것.
그 사람의 존재가 사무친다. 시간이 지날수록 대부분이 흐려지는데 도리어 그 사람만이 더 선명해진다.
◆ 사람 마음처럼 믿기 힘든 것도 없다 ---------------
사람 마음처럼 믿기 힘든 것도 없다. 내 마음도 하루에 몇 번씩 변하는데 남의 마음은 오죽할까. 내 마음을 내가 알지 못해서 상대의 마음에 응답하지 못할 때가 있다.
상대의 마음을 알지 못해서 내 마음을 정하지 못할 때도 있다. 서로 마음이 통해서 닫혀있던 마음의 문을 열었더니, 상대만 마음이 변하여 상처를 입기도 한다.
자기 자신을 포함해서 사람의 마음을 마음 놓고 믿기 어려운 이유다. 어디 그 뿐인가. 가깝고 정다운 사이도 사소한 실수로 망가진다.
작은 오해로 실망하기도 하고, 말 한마디 잘못해서 어긋나기도 한다. 그만큼 관계는 어렵고 조심스러움이 요구된다. 섬세하면서도 이해의 폭을 넓어야 한다.
마음이 여유롭지 못할수록 변덕이 죽 끓듯 하고, 소중한 사람도 믿지 못한다. 마음의 여유를 찾아야 스스로 불행해지는 결과를 막을 수 있다.
지금 마음가짐보다 더 넓고 크게 마음을 품을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생각을 바꾸는 것부터 차근차근 시작하자. 우선 나부터 내 마음을 믿을 수 있게 말이다.
◆ 가까이할 좋은 사람이란 ---------------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드는 사람이다. 지금의 나보다 더 괜찮은 내가 되고 싶어 진다. 상대에게 더 잘해주고 싶고 더 자랑스러운 내가 되고 싶다. 자연스레 그런 노력을 하게 된다.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이다. 말 한마디, 단어 하나를 섬세하게 고르는 건 그만큼 나를 생각하고 배려한다는 의미다. 그 말을 커튼처럼 걷어보면 가려졌던 예쁜 마음이 드러난다.
닮고 싶은 점이 많은 사람이다. 배울 점이 많다. 스스로 인생을 책임지고 어른스럽게 해결하는 모습이 존경심을 품게 만든다. 닮고 싶고 저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보답할 줄 아는 사람이다. 세상엔 받을 줄만 아는 사람이 대다수다. 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은 제법 많아도 일일이 보답까지 하는 사람은 무척 드물다. '언젠가 보답해야지'라고 생각만 가지고 미루는 사람이 대다수고 실제로 실천하는 사람은 극소수이기에.
이런 사람이 곁에 한 사람만 있어도 큰 축복이다. 끼리끼리 말처럼 좋은 사람이 곁에 있으면 함께 좋은 사람이 된다.
◆ 믿을 수 있는 사람은 ---------------
시간 약속을 잘 지킨다.
약속의 기본은 시간이다. 대부분의 약속이 '언제'를 포함하기 때문에. 기본을 지킬 줄 아는 사람이 믿음도 지킬 줄 안다. 받대로 기본도 지키지 않는 사람이 믿음을 지킬 것이라고는 기대할 수 없는 노릇이다.
말보다 행동한다.
말은 쉽고 행동은 어렵다. 그래서 사귀꾼, 허풍꾼처럼 가짜는 많아도 진짜는 드물다. 둘은 손쉽게 구분할 수 있다. 가짜들의 공통점은 행동하기 전에 말로 떠든다는 점이고, 진짜들은 공통점은 행동해서 증명한 후에 말한다는 점이다. 진짜는 그것을 말할 시간에 이미 그것을 실천하고 있다.
가벼운 약속도 무겁게 여긴다.
믿음은 작은 약속부터 출발한다. 대뜸 '난 좋은 사람이 니 상대가 믿을 거야.' 같은 태도는 어리석다. 상대에겐 휀 뜬금없는 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하루아침에 갑자기 신뢰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가벼운 약속도 가벼이 여기지 않고 잘 지키는 모습을 보면서 신뢰가 싹트고 서서히 믿음이 생기는 것이다.
본인이 신뢰받고 있지 못하다면 평소에 위 행동들을 지키지 않아서다. 특히 위화 같은 상황마다 핑계와 변명만 늘어놓으면 더욱 빠르게 믿음을 잃는다.
◆ 잊지 말아야 할 사람과 잊어야 할 사람 ---------------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사람은 힘들 때 곁에 있어 준 사람이고, 누구보다 빠르게 잊어야 할 사람은 힘들 때 떠난 사람이다. 끝까지 곁에 있어 준 사람에게 반드시 보답하고 갚아야 한다.
힘들 때 떠난 사람은 최대한 빨리 잊고, 보란 듯이 성공해서 이름도 잘 기억을 못하는 것이 최고의 복수다. 성공하니까 그제서야 아는 척하면 "누구더라.." 한 마디면 충분하다.
내가 가장 초라하고 별 볼일 없을 때, 잘해 준 사람이 평생 가는 사람이다. 밑바닥인데도 곁을 지키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복이다.
사람 일은 어찌 될지 모른다. 실제로 잘 나가다가도 갑자기 망하고, 완전히 망했다가도 다시 크게 성공하는 사례는 무수히 많다. 그 과정에서 잊어선 안 될 사람과 잊어야 할 사람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평생 보물처럼 여길 사람이 누구인지 이때 알게 된다.
◆ 배울 점이 많은 사람 ---------------
1. 꾸준한 사람
공부든 운동이든 일이든 시작은 쉬워도 꾸준히 유지하는 건 무척 어렵다. 꾸준하지 않으면 다이어트를 해도 요요가 오고, 공부도 겉핥기에 그친다. 매일 무언가를 하는 자세는 가장 먼저 배울만한 가치가 있다. 삶이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태도이기 때문에.
2. 나누는 것이 얻는 것임을 아는 사람
사회생활을 해 보면 나누는 사람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더 잘되는 반면에, 인색하고 옹졸한 사람일수록 도태되고 금세 사라지는 걸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나누는 것이 곧 얻는 것이 되는 세상의 이치를 일찍이 아는 자와 모르는 자의 차이다.
3.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
살면서 흔히 지켜지지 않는 것이 언행일치다. 말한 대로 행동하고 지키는 사람은 생각보다 적다. 이들을 보면 어떻게 말을 조심하는지, 뱉은 말을 어떻게 지키는지 배울 수 있다. 신뢰받는 사람이 되는 방법이므로 유익하다.
배울 점이 많은 사람에게 이러한 장점을 하나씩만 배워서 삶에 녹여도 사람의 근본이 바뀐다.
◆ 좋아하는 사람과 적당한 거리를 둬야 한다 ---------------
가까우면 무례하기 쉽다. 편하면 편할수록 말을 쉽게 뱉게 된다. 쉬운 말은 배려가 부족한 법이다. 쉽게 무례하고 쉽게 상처 준다.
게다가 중간 과정을 생략하는 일이 많아진다. 상대가 알아서 알아줄 것이라며 개의치 않는 식이다. 사람은 적당한 거리가 있어야 도리어 예의를 지키고 상대를 존중한다.
의존이 심해지는 경향도 생긴다. 가까운 관계일수록 상대에게 의존한다. 자신의 기준대로 살지 못하고 상대의 반응에 따라 하루가 달라진다.
의존이 심하다는 것은 그만큼 휘둘리기 쉽다는 말과 같다.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생각보다 영향을 많이 받으므로 적당한 거리를 두지 않으면 온전한 나로 있을 수 없게 된다.
미워할 일도 많아지게 된다. 무례한 일이 많을수록, 의존이 심해질수록 결국은 상대를 미워하게 된다. 상처주니 밉고, 상대가 내 마음과 같지 않으니 밉다. 관계도, 상대도 함께 불행해진다.
모든 관계는 조금 떨어져 있을 때 더 아름답다. 아무리 가까워지고 싶어도 자제할 줄 알아야 하다. 그래야 자신을 지키고 상대방도 지킨다.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는 관계는 적당한 거리를 두는 관계다.
◆ 모두에게 친절할 필요는 없다 ---------------
모든 사람과 잘 지낼 필요 없다. 모든 이에게 좋은 사람일 필요 없고, 모두에게 잘할 필요도 없다. 애초에 한 개인이 모두를 만족시키는 건 불가능하다. 모두에게 사랑받는 건 신도 못할 일이다. 신조차 누구는 원망하고 혐오하기까지 하는데 고작 인간이 신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애써 설득하지 않아도 된다. 주위에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나를 믿어줄 사람이라면 설명 없이 이미 믿고 있다. 아닌 사람은 아무리 설명해도 믿지 않는다. 믿지 않는 사람은 무슨 말을 해도 핑계로 듣는다. 구체적인 사정과 이유를 설명해도 그 와중에 싫은 것을 찾아내서 더욱 믿지 않는 구실로 삼는다.
뒷말이 나올까 걱정해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신경 쓰며 잘해줘도 질투하고, 심사가 뒤틀리고, 심보가 고약한 사람은 어디를 가나 있기 마련이라서 어떻게든 뒷말은 생긴다.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에 완벽한 이유는 없다. 개인의 주관이기 때문이다. 특별한 이유 없이 날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딱히 이유 없이 싫어하는 사람도 존재하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안타까울 것도 , 상처 입을 것도 없다. 주관 덩어리인 사람끼리 만드는 게 인간관계인데 어찌 매번 완벽하고 합리적일 수 있겠나. 도리어 그게 더 이상하지 않을까. 기계사회와 같을 테니 말이다. 불합리하고 멋대로 생긴 게 인간관계의 본 모습인데 나만 어리석게 인정하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다. 당신은 노력해 온 지금 그대로 충분히 좋은 사람이다.
◆ 인간미 넘치고 어른스러운 사람 특징 ---------------
1. 예의가 바르다.
평소 누구를 대해도 하대하는 모습이나, 깔보는 태도가 없다. 상대방이 어려 보여도 결코 함부로 반말하지 않는다.
2. 스스로 해결한다.
자기 일은 자기 힘으로 정리하려고 최선을 다한다. 돈, 일, 집안 문제 등 큰일부터 설거지, 청소, 빨래 등 작은 일까지 자신과 관련된 일을 책임진다.
3. 입이 무겁다.
자신도 부족한 사람이란걸 알기 때문에 타인에 관한 말을 함부로 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에 대한 품평이나 험담은 자기 얼굴에 침 뱉는 짓이란 것을 알고 있다.
4. 먼저 표현할 줄 안다.
쓸데없는 자존심을 부리지 않고 먼저 다가간다. 제안이나 사과도 먼저 하고, 사람을 챙기는 것도 먼저 한다.
5. 연연하지 않는다.
이성에게 매달리지 않고, 친구에게 구걸하지 않는다. 인연은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안다.
6. 감정 기복이 덜하다.
화나거나 우울할 때도 그 기복이 크지 않아서 감정을 일정하게 유지한다. 비결은 집착을 버린 태도와 담담한 마음 가짐이다.
이런 사람이 유독 어른스럽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이처럼 중심을 잡고 내면이 차오른 사람은 그만큼 믿음직스럽기 때문에 주변에서 믿고 의지한다.
◆ 죽을 때 생각날 순간 ---------------
"엄마, 지금 이 모습 내가 죽을 때 생각날 거 같아."
"그래?"
부엌 한쪽에 서서 저녁 요리를 하느라 바쁜 숙이. 숙이는 아들의 그 말을 듣고 슬쩍 고개를 돌려 미소 지었다. 그러고는 다시 손에 쥐고 있는 요리에 열중했다.
"통. 통. 통."
하얀 식탁에 앉아 저녁 식사를 기다리던 슬은 숙의 등을 비스듬히 바라보고 있었다. 분명히 어릴 때부터 자주 봐온 흔한 일상이다. 그런데 오늘은 유달리 아득한 기분이 들었다. 어째서인지 두 번 다시 못 볼 장면인 것 같았다.
지금은 아니어도 언젠가는 그럴 것만 같았다. 아니 틀림없이 그럴 것이었다. 영원한 건 없으니까. 갑자기 서러웠다. 아무도 영원한 건 없다지만, 엄마를 볼 시간마저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이 말이다.
나를 낳아주고, 먹이고, 입히고, 길러주고, 지켜준 사람을 떠내보내야 한다. 언젠가 이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이는 선택할 수 없이 강제된 일이다.
인간은 늙어갈수록 신체의 어딘가가 노후화하여 제 기능을 하지 못하기에 고장이 날 수밖에 없다. 현대에선 이를 병이라 부른다.
숙은 이미 무릎이 파열되어 대수술을 거쳤고 제대로 뛰지 못했다. 손가락은 류머티스 관절염 때문에 설거지를 못 할 만큼 고통스러웠다. 척추 협착증으로 인한 허리통은 때문에 새벽에도 자다가도 몇 번씩 깨는 숙이었다.
슬은 병원비를 해결하고, 식기세척기와 안마 의자를 제일 비싸고 좋은 것으로 사줬지만, 여전히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래서일까. 슬은 벌써부터 그리움이 앞섰다.
그리움은 잃고 나서야 느끼는 감정이 아니었던가. 아직 잃은 적도 없는데도 벌써 아득한 느낌과 그리움이 밀려 들었다. 이런 자기 감정을 자신도 이해할 수 없었다.
다시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앉아있던 식탁 의자에서 일어나 한창 요리중인 숙의 등 뒤로 가 포근히 감싸 안았다.
먼 훗날 언젠가 슬이 죽을 때,
떠오른 장면임이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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