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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다/─ 길을 밝히다(독서)

【생에 감사해】 김혜자

by 공자 (공영효) 2023. 5. 18.

 

여배우들이 닮고 싶어 하는 배우 중 한 명에 속하는 배우 김혜자님. 요즘 뒤늦게  드라마 ' 눈이 부시게'  '디어 마이 프렌즈'를 보고 있다... 우연찮게 김혜자 배우의 생에 감사하다는 말에  끌려 책을 들어본다.
 
 
내가 맡은 배역이 아무리 인생의 속박에서 고통받는 역이라 해도 그 속에 바늘귀만 한 희망이 보이는가, 그것이 내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었습니다. 주인공이 삶의 밑바닥을 헤매어도 그곳에 희망이 있나, 그 희망을 연기할 구석이 있나, 내일의 이야기가, 혹은 그다음이 보이는가? 끝없는 절망 속에서 이 여자가 그냥 죽음을 선택해 버리나? 그렇지 않고 아무리 힘든 상황 속에서도 한 줄기 빛이 어디엔가는 있나? 그것을 찾고 그것을 연기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것과는 상관없이, 내 인생은 매 순간순간이 무의미하지 않을 것이다.'

................
거저 얻어지는 건 없습니다. 내 귀중한 것을 희생하지 않으면 얻는 게 없습니다. 그것이 등가교환의 법칙입니다. 운이 좋았다 해도 노력하지 않으면 사라집니다. 나는 이해력도 부족한 사람이라 열심히 하지 않으면 할 수가 없습니다. 오죽하면 꿈에서도 맨날 대본이 나올까요.

 

아프리카로 아이들을 보러 다니는 것은 힘든 수고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나에게 힘을 주었습니다. '내가 이 아이들을 위해 뭔가를 해야만 해.' 하고 생각했습니다. 나에게는 아이들을 보러 가는 것이 나를 살리는 일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나에게 애쓴다고 말하지만, 나는 하나도 애쓰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 아이들을 보면서 이렇게 다짐하곤 합니다.

'살아야지. 열심히 살아야지.'

사람들이 애쓴다고 자꾸 말해서 "아니에요."라고 계속 말하기 뭣해서 가만히 있지만, 나는 이이들을 보는 순간, 살아야겠다고 느낍니다. 내가 돌봐야 할 아이들이 너무 많구나. 하고 느낍니다.

신이 우리에게 원죄가 있다고, 우리를 죄인이라고 했습니다. 나는 '우리가 무슨 죄인이야? 무슨 죄를 졌다는 말인가?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아프리카 다니면서 알았습니다.

'아. 나는 죄인이야. 이렇게 사는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몰랐다는 것, 이렇게 굶기를 밥 먹듯 하는 아이들이 세상에 있다는 걸 몰랐다는 것, 이게 죄가 아니면 무엇이 죄인가? 꼭 살인만이 죄인가?'

나는 그곳의 천사 같은 아이들을 보며 그것을 알았습니다. 우리는 너무도 모릅니다. 삶 그 자체가 힘든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아프리카를 다녀오면 피곤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나에게 피곤하지 않느냐고 물었지만, 나는 오히려 활력이 넘쳤습니다. 그곳이 나를 정신 차리게 했기 때문입니다.

'살아, 네 힘으로 살아. 네 힘을 다해, 죽지 마.'라는 결심이 나를 살게 했습니다.

 

"너희가 뭘 알아. 무릅이 안 좋아서 그렇게 걷는 거야. 마음으론 100미터 뜀박질했어. 너희들한테는 당연한 거겠지만. 잘 보고, 잘 걷고, 잘 숨 쉬는 거, 우리한텐 그게 당연한 게 아니야. 되게 감사한 거야. 너희가 그걸 알아?"

극 중 대사만이 아니라 정말 그렇습니다. 나도 몰랐습니다. 내가 이렇게 늙어 버릴 줄. 준비할 시간도 없이 누구나 갑자기 늙어 버린다는 걸 깨닫지 못했습니다. 인생은 곧 시간이기 때문에, 그 시간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사람은 자기 인생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것입니다.

영수TV를 보는 젊은 시청작 해자에게 묻습니다.

"할매가 되어 좋은 점은?" 

해자가 말합니다.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는 거. 그저 죽을 날 기다리면 된다는 거."

또 다른 사람이 묻습니다.

당장 늙을 수 있는 방법이 뭔가요?"

내가 말합니다.

나랑 삶을 바꿔 살 사람 있어? 날 보면 알잖아. 니들이 가진 그 젊음이 얼마나 대단하고 엄청난 건지... 그니깐 정신 챙겨. 특히 개영수 너! 넌 언제 사람 될래?"

 

꿈은 언제가는 이루어집니다. 누구한테 말하지 않아도 간절히 바라면 현실로 이루어집니다. 인생이 얼마나 신기한 걸까요?

 

여기까지 오는 데 참으로 오래 걸렸습니다.

연기라는 세상 밖으로 나가 본 적 없는 바보라

가볍게 휙 떠나 올 수 없었습니다.

언제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는 게 인생입니다.

그래서 인생은, 살아 볼 만한 거겠지요.

이 길에서 자꾸만 나의 지난 일들이 겹쳐집니다.

하늘이 허락해 주시지 않는다 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80을 눈앞에 둔 내 인생의 길 끝에서

나는 대 꿈 앞에 서 있습니다.

 

나를 믿고 걸어갑니다.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인생은..... 이건 너무 거창한 말이지만.... 인생은 우연처럼 시작될 수도 있는 거예요. 서로 의지하면서."

- 영화 '만추'에서..

 

"그 사람은 가장 좋은 표를 사서 맨 앞자리에 앉았어요. 얼마나 선생님을 보고 싶으면 그렇게 했겠어요? 그런데 하루 종일 얼마나 힘들게 일했으면 잠들었을까요?"

그 말을 들이니까, 정말 그랬겠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마음을 바꾸면 불평할 게 없습니다. 다 감사합니다.

 

 

"............................ 사람들은 처음에는 이 선물을 과대평가해요. 영원한 삶을 선물 받았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하지만 나중엔 과소평가해요. 지긋지긋하다느니 너무 짧다느니 하면서 내동댕이치려고 해요.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선물 받은 게 아니라 잠시 빌린 거라는 사실을 알게 돼요. 그래요, 삶은 선물이 아니예요. 잠시 빌린 것이죠. 빌린 거니까 잘 써야요. 함부로 쓰면 안 되는 거예요." <오스카! 신에게 보내는 편지>

삶은 그냥 살아가는 것밖에 답이 없는 것 같습니다. 아픈 오스카만 시한부 인생을 사는 게 아닙니다. 몸이 성한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매일매일 처음 보는 것처럼 세상을 바라봐야 합니다. 우리는 인생을 너무 낭비할 때가 많습니다. 며칠을 살더라도 얼마만큼 다득 차게 사는가, 그것이 중요합니다. 삶은 선물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살아 있음이 기쁘다. 하늘의 푸르름이 기쁘다.

시골의 오솔길이, 떨어지는 이슬이 기쁘다.

개인 뒤엔 비가 오고 비 온 뒤엔 햇빛 난다.

삶의 길이 이것 이리, 우리 인생 끝날 때까지.

오직 해야 할 일은, 낮게 있든 높이 있든

하늘 가까이 자라도록 애쓰는 일.

- 리젯 우드워드 리스 <삶에 대한 작은 찬가>

 

 

 

[CF : 코오롱 스포츠 광고]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