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이해한다는 건 인간이 흘린 눈물을 이해한다는 거라네....
영성이란 말이지... 뭔가를 구하고 끝없이 탐하면 자기 능력을 초월하는 영감이라는 게 들어오는 거야.
.......
기본적인 노력과 능력은 당연히 갖춰야겠지. 그런데 크게 정말 크게 잘되는 스타는 하늘이 도운 거야. 책 낼 때마다 베스트셀러 되는 작가도 있고 안 되는 작가도 있어. 책을 아무리 지성과 정성을 다해서 써도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기도 하고, 개발새발 대충 쓴 것 같은데도 베스트셀러가 되는 게 있거든. 나중에 읽어보면 확실히 베스트셀러는 그때의 대중을 끄는 힘이 있어. 문운이야. 애 낳으면 천재도 낳고 둔재도 낳은 것처럼. 똑같은 사람 머리에서 똑같은 책을 읽고 써도 책마다 그 운이 다른 거야.
궁극적으로 인간은 타인에 의해 바뀔 수 없다네.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만족할 수밖에 없어. 그게 자족이지.
전화위복이라는 말이 있지. 그게 힘겨워하는 사람들을 위로해주기 위해 나온 그저 그런 사자성어가 아닐세. 실제로 위기 상황에 닥치면 인간은 두 가지로 딱 갈라져. 코로나 때를 생각해 보면 알지. 스트레스받아서 가족끼리 두들겨 패고 싸우는 사람들, 반대로 친해져서 모녀가 서로 트로트 부르고 끌어안고 가까워진 사람. 양극으로 나뉘지. 고난 앞에서 네거티브로 가면 인간은 짐승보다 더 나빠져. 포지티브로 가면 초인이 되는 거야. 인간이 저렇게 위대해질 수도 있구나.
..... 손에 물 한번 묻혀본 적이 없는 상류층 부인이, 그 참혹한 캠프에서 씩씩하게 살아서 사람들에 봉사하고 헌신했을 때 빅터 프랭클이 물어.
'고생 한번 못 해본 사람이 어디서 그런 기운이 나느냐?'
그 부인이 기쁜 얼굴로 고백했네. 자기는 평생 남들 도움만 받고 살아서 진짜 인생을 모르고 살았노라고.하마터면 인간이 어떻게 밥 먹고 어떻게 싸우고 살아가는지 모르고 죽을 뻔했다고. 가장 밑바닥에서 그걸 알게 해 준 신에게 감사한다는 거지. 인간은 고난을 통해서만 자기의 참모습을 발견할 수 있어. 그 모습이 비참이든 숭고든. 고난이라는 실전을 통해서만...
... 자신을 초월한 영성은 궁극적으로 몸의 바깥에서 온다네. 사고의 바깥에 있지. 다른 세계야. 기도를 통해서든 고통을 통해서든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힘이라는 거야. 그래서 누가 짐승이 되고 누가 초인이 될지는 몰라. 예측할 수 없네. 오직 겪어야 알지. 백두산 물이 두만강이 되고 압록강이 되듯 0.1초 차이로 벌어지는 일어거든.
고난은 물론 신의 구제도 파도가 덮치고 빛이 쏟아지듯 갑자기 벌어지는 일이라고 했다.
남을 가르칠 수도 없고 남에게 배울 수도 없어. 인간이 그런 존재야. 거기로부터 시작해야 하네. 그게 실존이야. '나는 혼자다'라는 걸 모르는 사람과는 얘기가 통하지 않아. 군중은 남이 이 말을 하면 이리고 가고, 남이 저 말하면 저리로 가지. 휩쓸려 다녀. 자기가 없으니까 자꾸 변하는 거라네.
자기는 남에게 배울 것도 없고 남을 가르칠 것도 없다는 걸 알고 있는 '나'라고 할 수 있지.
궁극적으로 인간은 타인에 의해 바뀔 수 없다네.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만족할 수밖에 없어. 그게 자족이지. 자족에 이르는 길이 자기다움이야. 남이 이랬다고 화내고 남이 저랬다고 감동해서 그 사람의 제자가 되는 게 아니란 말일세. 남하고 관계없이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경지를 동양에서는 군자라고 해. 군자가 되는 것이 동양인들의 꿈이었지. 스스로 배우고 가르치고, 스스로 알고 깨닫는 자. 홀로 자족할 수밖에 없는 자... 그래서 군자는 필연적으로 외롭지.
인간이 발견한 것 가운데 가장 기가 막힌 것이 돈이라네. 인간은 벌대 혼자 살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교환을 하며 살아가지. 우리가 숨 쉬는 것도 식물과의 교환이야. 우리는 탄소를 내뱉고 식물은 산소를 내뱉지. 모든 생명 가치는 교환인데, 핵심 교환은 세 가지야.
첫 번째는 피의 교환이라네. 그게 사랑이고 섹스지. 사랑은 생식이라는 목적을 벗어나지 않아. 교환가치가 없다면 인종은 멸종 되겠지. 그다음은 언어 교환. 그리고 돈의 교환이라네. 돈의 교환을 통해 생산과 소비의 시장이 만들어지는 거지. 세상이 복잡해 보여도 피, 언어, 돈 이 세 가지가 교환 기축을 이루며 돌아가고 있어. 돈이 없으면 시장이 성립이 안 되고, 피가 없으면 더 이상 어린아이가 생길 수 없고, 언어가 없으면 사상이나 정의, 선, 가치는 다룰 수 없겠지. 내 말이 아니라네. 레비스토로스 Claude Levi-Strauss가 문화인류학에서 설명한 인류사의 3대 교환구조지.
피, 언어, 돈을 기억하게. 그렇다면 돈이란 무엇인가? 아주 간단해. 내가 돈의 주인이 되면 돈은 나의 최고의 협력자고, 하인이 되면 나는 최악의 인간이 되는 걸세.
ㅡ 뒤늦게 깨달은 생의 진실은 무엇인가요?
"모든 게 선물이었다는 거죠. 마이 라이프는 기프트였어요. 내 집도 내 자녀도 내 책도, 내 지성도... 분명히 내 것인 줄 알았는데 다 기프트였어.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처음 받았던 가방, 알코올 냄새가 나던 말랑말랑한 지우개처럼. 내가 울면 다가와서 등을 두드려주던 어른들처럼. 내가 벌어서 내 돈으로 산 것이 아니었어요. 우주에서 선물로 받은 이 생명처럼, 내가 내 힘으로 이루었다고 생각한 게 다 설물이더라고."
ㅡ 저는 나이 들면 과거를 반복해서 사는 것이라 여겼습니다. 지성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선생의 말씀을 들으면 바로 지금, 이 순간이 '지혜의 전성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 창을 열면 차가워진 산소가 내 폐 속 깊숙이 들어와요. 이 한 호흡 속에 얼마나 큰 은총이 있는지 나는 느낍니다. 지성의 종착점은 영성이에요. 지성은 자기가 한 것이지만, 영성은 오로지 받았다는 깨달음이에요. 죽음의 형상이 검은 옷을 입은 저승사자로 올지, 온갖 튜브를 휘감은 침사의 환자로 올지 나는 몰라요.
내가 느끼는 죽음은 마른 대지를 적시는 소낙비나 조용히 떨어지는 단풍잎이에요. 때가 되었구나. 겨울이 오고 있구나.... 죽음이 계절처럼 오고 있구나. 그러니 내가 받았던 빛나는 선물을 나는 돌려주려고 해요. 침대에서 깨어 눈 맞추던 식구, 정원에 울던 새, 어김없이 피던 꽃들.... 원래 내 것이 아니었으니 돌려보내요. 한글말이 얼마나 아름다워요. 죽는다고 하지 않고 돌아간다고 합니다. 애초에 있던 그 자리로, 나는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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