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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다/─ 길을 밝히다(독서)

【말의 품격 】대언담담(大言炎炎 ) _ 이기주

by 공자 (공영효) 2022. 6. 19.

 

질문 : 본질과 진실을 물어보는 일

사람의 마음에는 저마다 강이 흐른다고, 나는 생각한다. 어떤 말이 우리의 귀로 들어오는 순간 말은 마음의 강물에 실려 감정의 밑바닥까지 떠내려온다.

마음속에는 명령과 질문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른다. 명령이 한쪽의 생각을 다른 한쪽에 흘려보내는 '치우침의 언어'라면, 질문은 한쪽의 생각이 다른 쪽에 번지고 스며드는 '물듦의 언어'다. 질문 형식의 대화는 청자聽者로 하여금 존중받는 느낌이 들게 한다. 때에 따라 듣는 이의 자발적 참여를 끌어내기도 한다.

'가르친다'는 뜻의 영어 단어 'educate'는 '밖으로 끌어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부모나 교사가 일방적으로 생각을 주입하는 게 아니라, 잠재적 능력을 발현하도록 밖에서 돕는 게 가르킴이다. 평소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각자의 마음속에 저마다 다른 풍경의 비밀 정원 같은 게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곳에서 타인이 잘 알지 못하는 그들만의 추억과 상처, 이루지 못한 꿈이 처연하고 은밀하게 어우러져 있을 것만 같다. 사람을 알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이 정원을 살짝 엿보는 행위가 아닐까 싶다.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순간 동네 어귀 한 귀퉁이에서 아름다운 정원을 빼꼼히 들여다보는 심정으로 질문이라는 까치발을 들어보면 어떨까. 어차피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는 것이 세상살이의 근본이기도 할 테니 말이다.

 

지적 : 따뜻함에서 태어나는 차가운 말

인간에게는 누구에게나 자존심이라는 급소가 있다. 더욱이 일반 성인은 자신이 남보다 특별히 우월하지는 않더라도 열등하지는 않다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존재 가치와 능력이 평균치를 웃돈다고 스스로 평가하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일컬어 '자기 고양 오류self-serving bias'라고도 한다.

그 때문에 몸담은 조직이나 단체의 구성원들 앞에서 부당한 지적과 모욕을 당하면 자존심이 몇 곱절 더 상하게 마련이다.

말이라는 흉기에 찔린 상처의 골은 너무 깊어서 좀처럼 봉합되지 않는다. 어떤 말은 그 상처의 틈새로 파고들어 감정의 살을 파헤치거나 알을 낳고 번식하기도 한다. 말로 생긴 상처가 좀체 사라지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연결 : 두 사람의 공통점을 찾는 노력

대화를 나눌 때 상대와의 공통점을 찾는 게 그리 특별한 기술은 아닐 것이다. 필요한 건 테크닉이 아니라 태도가 아닐까 싶다. 

사마천이 쓴 [사기] <계명우기鷄鳴遇記> 편에는 네 가지 사귐의 유형이 나온다.

첫째는 의리를 지키며 서로의 잘못을 바로잡아주는 친구 '외우畏友', 둘째는 친밀한 마음을 나누면서 서로의 어려움을 도와주는 친구 '밀우密友' , 셋째는 즐거운 일을 나누면서 함께 어울리는 친구 '일우'  , 넷째는 평소 이익만 좇다가 나쁜 일이 생기면 책임을 떠넘기는 친구 '적우賊友'다.

우리가 밥벌이를 위해 내몰리는 이 세상에는 위 네가지 친구가 적당히 뒤섞여 있을 테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