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가장 깊은 감정은 대개 침묵 속에 자리하고 있다"
긍정 : 말은 종종 현실과 공명한다
긍정적인 말 한마디에 절로 미소를 짓게 되는 순간이 있다. 말에는 분명 모종의 기운이 담긴다.
그 기운은 말 속에 씨앗의 형태로 숨어 있다가 훗날 무럭무럭 자라 나름 결실로 이어지기도 한다.
말은 오묘하다. 말은 자석과 같다. 말 속에 어떤 기운을 담느냐에 따라 그 말에 온갖 것이 달라붙는다.
스스로 토해낸 말이 미치는 자장磁場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말이 무조건 현실이 될 리 만무하지만, 말이 현실과 공명共鳴하는 경우는 빈번하다.
공자가 섭공葉公이라 부르는 초나라의 심제량沈諸梁과 만나 대화를 나눴다.
심제량은 병법에 능한 군사 전문가이자 정치가였다. 공자와 어렵게 만난 심제량은 나라를 다스리는 비법, 치국治國대한 가르침을 얻고자 했다.
"선생님, 백성을 한데 모이게 하려면 어떻게 정치를 해야 합니까? 어떤 기술이 피요합니까?"
그러자 공자는 딱 한마디 말만 남긴 채 홀연히 자리를 떳다.
"근자열 원자래 近者悅 遠者來라네."
"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쁘게 하면 멀리 있는 사람도 모여들게 마련"이라는 말로 풀이할 수 있다.
종종 가슴에 손을 얹고 돌아볼 필요가 있다. 내 말과 글과 숨결이 지니간 흔적을, 그리고 솔직함과 무례함을 구분하지 못한 채 사는건 아닌지를, 말이라도 악기를 아름답게 연주하지 않고 오로지 뾰족한 무기로만 사용하는 것은 아닌지를....
뒷말 : 내 말은 다시 내게 돌아온다
상대의 단점만을 발견하기 위해 몸부림친다는 것은, 어쩌면 스스로 내면이 가난하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인지 모른다. 슬픈 일이다. 남을 칭찬할 줄 모르면서 칭찬받으려 하고 남을 배려할 줄 모르면서 존중만 받으려 하고 남을 사랑할 줄 모르면서 사랑만 받으려 하는 건, 얼마나 애처로운 일인가.
모든 힘은 밖으로 향하는 동시에 안으로도 작용하는 법이다. 말의 힘도 그렇다. 말과 문장이 지닌 무게와 힘을 통제하지 못해 자신을 망가뜨리거나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이들이 허다하다.
나는 인간의 말이 나름의 귀소 본능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 언어는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헤엄쳐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려는 무의식적 본능을 지니고 있다. 사람의 입에서 태어난 말은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그냥 흩어지지 않는다. 돌고 돌아 어느새 말은 내 뱉은 사람의 귀와 몸으로 되돌아온다.
말을 의미하는 한자 '언言'에는 묘한 뜻이 숨어 있다. 두二번 생각한 다음에 천천히 입口을 열어야 비로소 말言이 된다는 것이다. 사람에게 품격이 있듯 말에는 나름의 품격이 있다. 그게 바로 언품이다.
침묵 : 때로는 말도 쉼이 필요하다
휴가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 바캉스vacance는 '텅 비어 있다'는 뜻의 라틴어 바카티오vacatio에서 유래했다.
바캉스는 무작정 노는 게 아니라 비워내는 일이며, 진정한 쉼은 우리의 어깨를 짓누르는 무언가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라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쉼이 필요한 것은 말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에게 그럴싸한 말을 쉴 새 없이 쏟아내는 게 대수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말을 잘하는 게 아니라, 적절한 때에 말을 거두어 진심을 나눌 수 있느냐 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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