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지혜는 종종 듣는 데서 비롯되고 삶의 후회는 대개 말하는 데서 비롯된다"
공감 : 당신의 아픔은 곧 내 아픔
동정과 공감은 우리 마음속에 전혀 다른 맥락의 생성 과정을 거친다.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처럼 느끼는 감정이 마음속에 흐르는 것이 공감이라면,
남의 딱한 처지를 보고 안타까워하는 연민이 마음 한구석에 고이면 동정이라는 웅덩이가 된다.
웅덩이는 흐르지 않고 정체돼 있으며 깊지 않다. 동정도 매한가지다.
누군가를 가엽게 여기는 감정에는 자칫 본인의 형편이 상대방보다 낫다는 얄팍한 판단이 스며들 수 있다.
그럴 경우 동정은 상대의 아픔을 달래기는커녕 곪을 대로 상처에 소금을 끼얹는 것밖에 안된다.
반응 : 대화의 물길을 돌리는 행동
나 역시 세상살이에서 생기는 근심과 답답함을 주변사람과 나눌 때가 있다. 그런데 이때 형식적인 위로나 격려보다는
마음의 장막을 먼저 풀어헤치고 다가와 "나도 비슷한 아픔을 겪었어"라고 덤덤하게 말해주는 이들의 위로가 더 가슴에 와닿는다. 마음 깊은 곳에서 자신의 상처를 끄집어 내게 보여주는 느낌이 든다.
그런 적당히 따뜻한 말을 접할 때마다 나는 이런 생각을 떠올린다. '하나의 상처와 다른 상처가 포개지거나 맞닿을 때 우리가 지닌 상처의 모서리는 조금씩 닳아 마모되는 게 아닐까. 그렇게 상처의 모서리가 둥글게 다듬어지면 그 위에서 위로와 희망이라는 새순이 돋아나는 건지도 몰라.'
겸상 : 함께 온기를 나누는 자리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길, 앞 좌석에서 중년 여성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들에게 전화를 거는 듯했다.
"엄마야! 밥은 먹었어?"
"아니, 아직...."
"밥도 안먹고 뭐 했어. 어서 챙겨 먹어라!"
나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이런 대화를 엿들으면, 그 의미가 너무나 맑고 소중해서 단어와 단어 사이의 여백까지 마음에 오롯이 새기고 싶다. '먹다'의 함의가 그리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식사 자리에서 무수히 많은 것을 입에 욱여넣으며 살아간다.
밥만 먹는게 아니다. 커피도 먹고 술도 먹고 어느새 나이도 먹는다.
그러므로 '먹다'라는 동사와 가장 가까운 말은 '살다'일 것이며, 자식이 밥을 먹었는지 궁금하다는 건 잘살고 있는지 궁금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김지하 시인은 <밥은 하늘입니다>라는 시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하늘을 혼자 못 가지듯이 밥은 서로 나눠먹는 것, 밥은 하늘입니다. 하늘의 별을 함께 보듯이 밥은 여럿이 갈라 먹는 것,
밥이 입으로 들어갈 때 하늘을 목속으로 모시는 것, 밥은 하늘입니다."
언젠가 "밥 한번 먹자"는 말을 하며 전화를 끊은 상대가 있다면 당장 전화기를 들어 다시 약속을 잡아보는건 어떨까.
혹시 아는가. 얼굴을 마주하고 반찬을 권하는 순간 세상살이에 지친 고단함이 봄날 눈 독듯이 사라지고, 식사 자리가 단순히 끼니를 채우는 시간이 아니라 마음을 채우는 시간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 읽다 > ─ 길을 밝히다(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말의 품격 】언위심성(言爲心聲) _ 이기주 (0) | 2022.06.14 |
---|---|
【말의 품격 】과언무환(寡言無患) _ 이기주 (0) | 2022.06.04 |
【미움받을 용기 】다섯 번째 밤 : '지금, 여기'를 진지하게 살아간다 (0) | 2022.05.31 |
【미움받을 용기 】네 번째 밤 : 세계의 중심은 어디에 있는가 (0) | 2022.05.14 |
【미움받을 용기 】세 번째 밤 : 타인의 과제를 버리라 (0) | 2022.05.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