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
바위꾼들에겐 설악은 언제나 설렘과 그리움을 품은 산이다.
설렘을 품은 산이였지만 소인은 언제부턴가 그 열정이 줄었든 것도 사실이다.
'19년 가을께 '히말라야 방랑자' 등반이 마지막 방문이었으니 5년 만에 찾은 것이다.
조금씩 설악의 그리움이 쌓였는지 올해는 유독 설악이 많이 생각나기도 했다.
6월 설악 일정이 캔슬되어 7월에 다시 계획, 폭염 속 8월을 넘어오면서 말쯤이면
더위가 조금 누그러들지 않을까 하는 희망과 함께 계획대로 등반은 추진되었다.
금요일 밤 설악동 도착, 해 떨어진 설악동은 조금 선선한 느낌이 들긴 했으나 간에 기별도 안 가는 엎어치나 매치나 덥기는 매 한 가지다.
토요일 아침 신흥사 출입문을 통과하니 알림 전광판에 폭염이라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계조암 도착도 전에 상의는 이미 젖었고 면바지 역시 땀이 차서 등반을 만류하는 듯 걸음걸이를 귀찮게 했다.
울산암 문리대 앞에 도착하니 아무도 없다. 신흥사를 늦게 통과하기도 했거니와 바위 앞에 배낭을 떨구니 7시 반경 되었고
bbc진주지부 5명의 금일 등반계획은 2개 조로 나뉘어 문리대 3명, 비너스 2명으로 편성되었다.
먼저 상의를 벗어 제치고 느긋이 장비를 꺼내는데 인기척이 들린다.
문리대 밑으로 지나갔으니 문리대는 아니었고 혹시 비너스길...
선점을 놓칠세라 풀던 장비를 냅다 쑤셔 넣고 비너스 밑으로 향한다.
아니다 다를까 먼저 오신 한 분의 배낭이 놓여 있다. 어디 가시냐고 물으니 비너스길 가신단다.
우리는 2명이니 선등에 나선다고 양해를 구한다. 조금 있다 뒤이어 도착한 악우님들을 보니... 선용형님 팀이었다. ㅎㅎ
비너스....
어느새 흘렀을까?... 그렇게까지 시간이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훌쩍 흘렀다.
2010년 8월 1일.. 비너스와 접선 한 지 14년 만이다.
김원장님이 현재 나의 나이 보다 한 살 어린 때였으니 이젠 내가 그 자리에 섰다.
서둘러 장비 착용과 함께 첫 피치 등반 출발... 재밍이 시작되는데...
손, 발이 가볍게 먹히지 않는다. 폭염 속에서 몸을 혹사시켰던 탓일까...
2P 역시 몸이 무겁거니와 호흡이 자연스럽지 않다. 3P 거친 호흡과 함께 재밍도 잘 먹히지 않는다.
4P 재밍된 왼발은 터지고 싸이드 지지된 오른발은 힘 없이 벽을 긁으며 흘러내리기 다반사다.
손이라고 별 반 다를 게 없다. 빠지는 느낌에 초크칠이 잦다.
약해진 체력에 내리쬐는 열기.. 손, 발은 밀리고 총체적 난국이다.
결국 크랙 중간지점에서는 발이 터져 야무지게 추락을 먹는다. ㅜㅜ 아....
이건 뭐지... 벽에서 용 써고 있는 나에게 물어본다. " 니 지금 비싼 밥 먹고 뭐 하노~~~" ㅎ
중간을 넘어서니 크랙 날이 서고 폭이 좁아져 그나마 레이백이 좀 원활히 진행되긴 했다.
6P 앞에 서니 11시가 좀 넘었고 문리대팀에게 무전을 날려 보는데 수신이 없다.
("여기는 까마귀인지 독수리인지 모르겠는데 비둘기 나와라~ 오~바"
나중 올라와서는 비둘기 뭣이라고 들었다고 하는데 다른 팀인 줄 알고 답을 안쳤단다 ㅎㅎ)
4P에서 털린 종화형님께 여쭤본다. 인클길로 하강해서 1조가 있는 문리대로 붙어 보실련지....
나 역시 체력이 많이 소진되었고 더위만큼이나 등반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문리대도 곧 정상으로 올라올 테니 기다렸다가 같이 하강하시지요~ 콜~
6P...
"행님~ 비너스 마지막까지 호락호락하지 않을낍니다. 단디 움때고 잡고 오이소~ " ㅎㅎ
그렇게 정상에 도착했는데 햇빛 피할 곳이 마땅히 없다. 먼저 양산을 챙겼어야 했나...ㅡ,.ㅡ;
정상 둥근 바위 뒤편 그늘진 곳에 매미처럼 붙어 문리대 팀을 기다려 본다. 나중엔 피할 곳도 없긴 했지만...
문리대 팀은 자일 유통에 문제가 좀 있어 등반이 지체되었고 애를 좀 쓴 모양이다.
그렇게 정상에서 합류... 적당히 놀다가 기존 철계단 쪽에서 2차례 하강한다.
저녁에 대포항 들렸다가 조금 이르게 잠자리에 들었다.
누워서 오늘 등반이 힘들었든 건 뭘까 생각해 본다.
더위와 더불어 저하된 체력도 한몫했을 테지만 작고 날 선 크랙만 만지다 보니 중급 크랙에 대한
감을 잃은 것도 한몫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상처 입을까 봐 발 재밍도 완전하지 못했고 손도 적당한 범위를 벗어나니 미끌리고 풀리고...
어쨌든 등반이란 매 쉽지가 않구나 하는... 여러 생각이 겹친 하루다.
PS) 등반 허가 관련 사항이다. 울산암 어프로치 중 체크인 문자를 받았고 도착하여
로그인 접속 클릭을 거듭해도 체크인이 되지 않았다.
울산암에서도 8통에 걸쳐서 통화를 시도했지만 알림 음성만 나오고 통화가 되지 않았다.
결국 하산하여 설악동 관리 사무소에 들려 조끔~ 하소연을 풀어놓는다.
폰을 건네면서 직접 체크인 해보시라고~ 통화 시도 횟수까지 보여 주며 전화는 왜 안 받는 거냐며
하루동안 신경 쓴 게 얼마나 에너지 낭비인가 설명도 해 본다.
죄송하다고 부도처리는 해제 해 준다고 하고... 더 이상 신경전을 벌이지 않고 나왔는데...
둘째 날 신흥사를 통과하며 한 번의 클릭으로 원활히 체크인됐다.
등반 마무리하고 내려와 시간이 지나도 체크아웃이 활성화되지 않는다.
몇 번 통화 시도하다가 안되어 내려가서 통화해야지하며 월요일 전화를 거는데...
당연 체크인 메시지가 날라온 전화번호다.
바로 통화가 되어 담당자가 하는 말인 즉. 체크인 승인 관련 문의는 끝자리 0906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제며 그제, 더위에 미치도록 통화 시도를 했던 것은 헛 일 한 것이다. 갑자기 황당스럽고 혈압이 오른다.
"아니... 등반허가 신청 시 제대로 진행이 안되었을 때는 전화로 가능하다고 알려 주면서 정작 체크인 문자 발송부서 따로 승인 처리부서가 따로 있다고 어디 언급된 게 있냐, 번호까지 알아놓고 등반해야 하냐, 빨리 등반 마치게 되면 승인 지역을 벗어나게 되는데 체크 아웃은 또 전화로 할거냐"고 얘기했더니... 또 죄송하다고... 발송 메시지에 처리부서 번호를 반영되도록 얘기해 보겠다고 한다.
장시간 야외 활동(이틀 등반으로 설악동 야영장 이용 시)으로 폰 방전 상황도 발생할 수 있고,
등반 중 방전 상황도 있을 수 있는데, 왜 신청자 한 명에게만 문자 발송, 체크인/아웃해야 하는지 여러 상황을 얘기했는데...
결과야 어떻든 등반가의 안전을 위해서라는 말만 한다. 참말이지.....
체크인/아웃만 잘하면 등반가가 안전한가?? 참 어이없는 답변이라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전화번호 기재와 등반을 빨리 마치게 되면 승인 처리가 빠르게 진행 될 수 있도록 시범기간이니 반영 목록에 올리겠다고 하는데....
모처럼 설렘과 그리움에 찾은 설악 등반이 생각지도 못 한 곳에서 신경 쓰이게 했다.
'■ My Climbing Photo > ─ 설악산(Seorak Mt.)'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4_08_25] 적벽대전~ | 자유 2836 + 채송화 ① (3) | 2024.08.28 |
---|---|
[2024_08_24] 그리움과 모멸감이 섞인 등반~ | 울산암 비너스 ② (1) | 2024.08.28 |
[2019_10_28] 설악산 나들이 (장군봉 '히말라야 방랑자' ) - 3 (부산 BBC : Busan Bigwall Club) (0) | 2019.10.30 |
[2019_10_28] 설악산 나들이 (장군봉 '히말라야 방랑자' ) - 2 (부산 BBC : Busan Bigwall Club) (0) | 2019.10.30 |
[2019_10_28] 설악산 나들이 (장군봉 '히말라야 방랑자' ) -1 (부산 BBC : Busan Bigwall Club) (0) | 2019.10.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