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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다/─ 길을 밝히다(독서)

【스마트한 생각들】2 롤프 도벨리

by 공자 (공영효) 2022. 12. 28.

기저율의 무시

가장 높은 확률에 따르기

나는 이따금 젊은 사업가들이 구상하는 원대한 사업 계획들을 보면서 그들의 제품과 아이다어와 인품에 감동을 받는다. 그리고 그들도 구글처럼 성장해가는 상상에 빠지곤 한다. 그러나 기저율을 생각하며 다시금 제정신으로 돌아온다.

한 회사가 처음 5년 동안 살아남을 확률은 20퍼센트이다. 그 후에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거의 제로에 가깝다. 워렌 버핏은 생명공학 회사들에 투자하지 않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 적이 있다. "생명공학 회사들 가운데 수십억의 매상을 올리는 회사가 몇개나 될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가장 개연성 있는 시나리오는 이 회사들이 중간 어디쯤 끼어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분명히 기저율을 고려한 생각이다.

.... 경영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목표로 하는 직업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다수가 글로벌 기업의 최고 임원이라고 대답한다. 사실 그런 장래 희망은 내가 공부하던 시절에도 많았다. 나와 나의 친구들도 비슷했다. 그러나 그 목표를 이룬 친구는 아무도 없었다. 나는 학생들에게 지저율의 무시에 대한 이야기를 해줘야겠다는 의무감을 느꼈다. 그래서 특강을 맡았을 때 이런 말을 했다.

"이 학교에서 학사 학위를 따고서 어느 대기업의 간부 자리에 오를 확률은 1퍼센트도 안 됩니다. 여러분이 얼마나 지적이고 열심히 노력하든 상관없이, 가장 개연성 있는 시나리오는 중간 관리직에 머물러 있게 되리라는 것입니다."

학생들의 큰 야망을 꺾으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다만 일찌감치 현실을 일깨워 미래의 중간층에 겪을 상대적 박탈감과 인생의 위기를 완화시켜주고 싶을 뿐이다.

 

가용성 편향

비행기 사고가날지 모르니까 자동차 여행이 낫겠어

'가용성 편향(Availablity bias)' 자신의 경험 혹은 자주 들어서 익숙하고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들을 가지고 세계에 대한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왜냐하면 자신의 머릿속에 더 잘 떠오른다고 해서 현실에서도 보편적인 일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가용성 편향 때문에 우리는 그릇된 카드를 머릿속에 삽인한 채 세상을 돌아다닌다. 비행기 추락, 자동차 사고, 살인과 같은 죽음의 위험을 시스템적으로 과대평가하고, 당뇨병이나 위암같은 덜 주목받는 죽음의 위험은 과소평가한다. 그러나 비행기 추락이나 폭탄 테러에 의한 죽음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드물게 일어난다. 반대로 암으로 인한 죽음은 훨씬 많이 발생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구경거리가 되고  현란하거나 떠들썩한 모든 것에 대해서 훨씬 높은 개연성을 부여하고, 조용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해서는 너무 낮은 개연성을 부여한다. 구경거리가 되고 현란하거나 떠들썩한 것이 뇌리에서 더 효과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우리의 뇌는 양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극적으로 생각한다.

 

손실 회피

상대를 설득하는 가장 강력한 기술

오늘 당신의 기분이 얼마나 좋은지 1에서 10까지 등급을 매기고서 생각해보자. 이제부터 두 가지 질문을 하겠다. 첫 번째 질문, 당신의 행복을 10단계까지 높여주는 것은 무엇인가?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따뜻한 휴양지에서 콘도를 하나 갖는 것? 성공의 사다리를 열심히 올라가는 것? 

두 번째 질문, 당신의 행복을 최하로 반감시키는 것은 무엇인가? 하반시 마비? 치매, 암, 우울증, 전쟁, 기근, 고문, 재정 파탄? 평판을 떨어뜨리거나 가장 친한 친구를 잃는 것, 혹은 실명 또는 죽음? 당신은 '하락'하는 것이 '상승'하는 것보다 더 많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즉 좋은 일보다는 나쁜 일이 더 많다는 것을. 그런 경우들은 우리가 진화해온 과거에 훨씬 뚜렷하게 더 많이 나타났다. 어리석은 실수 하나만 저질러도 곧장 죽음이었다. 모든 가능한 일이 우리를 '삶의 유희'로 부터 빨리 떨어져 나가도록 유도했다. 이를테면 사냥에서 저지른 부주의, 다리에 생긴 염증, 집단으로부터의 축출 따위가 그것이었다. 부주의했거나 커다란 위험에 빠진 사람들은 자신의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물려주기도 전에 죽고 말았다. 살아남은 자들은 곧 신중한 사람들이었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의 후손인 것이다.

우리는 얻은 것의 가치보다 잃어버린 것의 가치를 더 크게 평가하는데, 이는 이상할 것이 없다. 당신이 1만 원을 잃어버렸을 때  느끼는 상실감은 1만 원을 선물받았을 때 느끼는 행복감보다 더 크다. 경험적으로 증명된 바에 따르면, 잃어버린 것의 무게는 같은 크기로 얻는 것보다 정서적으로 약 두 배나 더 무겁다는 것이다. 학문적으로는 '손실 회피(loss aversion)'라고 부른다.

당신이 누군가에게 확신을 주고 싶다면, 그 때문에 얻을 가능성이 있는 수익을 내새워 설득하지 말고, 가능한 한 손실을 피할수 있는 것을 가지고 설득하라. 뭔가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불안은 똑같은 가치의 뭔가를 얻는다는 생각보다 사람들에게 더 강한 동기를 부여한다. 예컨대 당신은 건물에 사용되는 단열 재료들을 생산한다. 고객으로 하여금 자신의 집에 단열 시설을 하게 하려면, 단열 시설을 잘해서 절약되는 비용 효과보다는 단열 시설이 부족할 때 일어날 수 있는 손해에 대해 말해주어야 한다. 물론 양쪽 다 드는 비용은 똑같지만 밀이다.

증권거래소에서도 같은 식으로 일이 진행된다. 투자자들은 손실을 받아 들이기보다는 여전히 기다리면서 주가가 다시 회볼될 거라고 바라는 경향이 있다. 현실화되지 않은 손실은 아직 손실이 아닌 것이다. 이런 식으로 그들은 비록 회복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하고 주가가 계속해서 떨어질 개연성이 크더라도 결코 주식을 팔지 않는다. 

회사의 상관으로서 직원들에게 위험을 감수하려는 자세가 부족하다고 하소연해온 사람이 있다면, 마침내 그 이유를 알았을 것이다. 바로 손실 회피 편향 때문이다.

우리는 그것을 바꿀 수 없다. 나쁜 것이 좋은 것보다 더 강하다. 우리는 긍적적인 일보다 부정적인 일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거리를 가다 보면 친절한 얼굴들보다 불친절한 얼굴들이 눈에 더 빨리 띈다. 나쁜 태도는 좋은 태도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물론 예외는 있는데, 우리 자신에 관한 일일 때가 그렇다.

 

생존 편향

평범한 99퍼센트가 아니라 성공한 1퍼센트에 속한다는 착각

레토의 눈에는 어디를 돌아보아도 도처에 록 스타들이 보인다. 그들은 텔레비전, 화보 잡자의 표지, 콘서트 포스터, 인터넷 팬 사이트에 등장하고 그들의 노래는 쇼핑센터, 거리, 피트니스센터에서 울려 퍼진다. 레토의 시선이 닿는 모든 곳에 성공한 록스타가 있다. 레토는 그들의 성공을 자극받아 록 밴드를 구성했다. 그는 과연 그들처럼 성공할 수 있을까? 안타깝지만 그럴 개연성은 거의 전무하다. 추측건데 많은 사람들처럼 그도 실패한 음악가들이 누워 있는 공동묘지에 묻힐 것이다. 묘지에 묻혀 있는 예술가들의 수는 무대 위에 섰던 음악가들의 모두 합한 수의 만 배는 된다. 그러나 사람들은 성공하지 못한 음각다들이 그렇게 많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그 수가 아무리 많아도 실패한 음악가들에게 관심을 갖는 저널리스트는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혹 성공했다가 추락한 스타들은 제외하고는, 

'생존 편향(survivorship bias)'은 바로 그런 환상에서 시작된다. 성공은 일상에서 실패보다 더 크게 눈에 뛰게 되므로, 우리는 시스템적으로 성공에 대한 점만을 과대평가한다. 그리하여 레토처럼 환상에 빠지게 된다. 성공할 개연성이 얼마나 적고 또 얼마나 사라져버리기 쉬운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친구가 사업을 시작한다. 잠재적인 투자가들 중에는 당신도 끼어 있다. 당신은 기회를 탐색해본다. 운이 좋으면 그 사업체는 제2의 마이크로소프트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당신은 기막히게 운이 좋은 사람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실에서 가장 개연성 있는 시나리오는 그 회사가 3년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게 되리라는 것이다. 설사 3년을 견디고 살아남는다 해도 규모가 절반 이상 줄어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당신은 과거에 성공한 회사들에 대해 매스컴이 떠벌린 광고에 현혹되었던 것이다. 그러면 위험부담이 있는 일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할까? 아니다.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하되, 생존 편향이라는 작은 악마가 성공의 개연성들을 뒤틀리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의식하라.

'다우존스(dow jones)' 지수의 예를 들어 보자. 그 목록은 순전히 생존자들로만 구성되어 있다. 다시 말해 그 주가지수 목록에는 실패한 회사나 수많은 소규모 회사들의 이름은 올라와 있지 않다. 언론이 음악가 전체의동향을 일일이 보도하지 않듯, 주가 지수가 한 나라의 경제를 대표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성공에 관한 무수한 책들과 성공을 훈련시키는 사람들이 하는 말에 대해서도 일단 의심을 해봐야 할 것들이다. 그들의 말에는 실패로 끝날 수 있는 시나리오가 존재하지 않는다. 실패한 사람들은 책을 쓰지도 않으며 자신들의 실패에 대한 강연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자신이 살아남는 많은 사람들 가운데 한 명이 된다면, 생존 편향을 더욱 스심스럽게 다루어야 한다. 우연히 이룬 성공이었을 지라도 성공한 다른 사람들과의 공통점을 발견하게 될 테고, 그 것을 이른바 '성공 요인'으로 천명할 것이다. 그러나 당신이 실패한 사람들이 묻힌 공동묘지를 방문한다면, 그들 역시 그 성공 요인을 이미 갖췄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대안의 길

행운의 두 얼굴

일어날 수 있었지만 일어나지 않은 모든 것. 우리 곁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모든 위험, 그것이 바로 대안의 길이다.

......... 언젠가 나심 탈레브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하는데, 그가 동전을 던져서 누가 식사비를 지불할지 정하자고 제안했다. 결국 그가 돈을 내게 되었는데, 그 상황이 나로서는 불편했다. 왜냐하면 그는 나를 방문한 손님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말했다. " 다음번에는 내가 내겠습니다. 여기서든 뉴욕에서든."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대안의 길을 생각해보면, 당신은 사실 이미 이 저녁 식사비의 절반을 지불한 겁니다."

결론적으로 말해 리스크는 켤코 직접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당신은 대안의 길들이 어떤 모습을 띠고 있을지 언제나 숙고하라. 그리고 '위험한' 대안의 길을 통해서 성취한 성공을 '지루한' 보통의 길을 통해서 도달한 성공보다는 덜 중요하게 여겨라.

 

예지의 환상

금융위기를 정확하게 예견한 경제학자는 0.001퍼센트도 되지 않는다

......캐나다 출신의 미국 경제학자 존 케네스 캘브레이스는 '미래에 대해서 예측하는 사람들은 두 종류가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과, 자신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다"라고 말했다. 투자의 대가 피터 린치 역시 이렇게 비판했다. "미국에서는 6만 명의 교육받은 경제학자들이 있다. 그들 중 많은 수가 경제위기와 금리에 대해서 예측하도록 고용되었다. 만약 그들의 예측이 단 두 번만이라도 계속해서 맞았다면 그들은 백만장자가 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아는 한 대다수 사람들은 여전히 얌전하게만 있는 피고용자들이다." 이것은 10년 전의 평가다. 어쩌면 미국은 지금 그보다 세 배나 많은 경제학자들을 고용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때나 지금이나 그들의 예측 효과는 제로에 가까운데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