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수많은 스포츠들 중에는 운동을 수행하는데 있어 근력과 근 지구력의 사용을 모두 중요시 여기는 중간 과정의 형태를 띤 스포츠들이 있다. 축구와 농구와 같은 구기 종목들이 여기에 속하며, 개인 종목에 있어서는 체조와 육상의 여러 종목들과 그리고 암벽등반의 스포츠클라이밍이 이러한 범주에 들어간다. 세분화되고 전문화되어 가는 최근의 스포츠 트레이닝의 연구는 근력과 근 지구력의 상호관계를 더욱 더 발전시켜 나가는 방법들을 만들어 내어 수많은 기록의 경신과 인간의 한계에 대한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 스포츠클라이밍의 선진국들인 서구 나라들의 발전된 트레이닝 방법과 문화는 이러한 과학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특별히 이러한 스포츠들 가운데서 스포츠클라이밍만큼 근력과 근 지구력 사이에 상호 보완적이고 의존적인 역학관계를 가지고 있는 스포츠도 드물 것이다. 스포츠 트레이닝의 연구에 의하면 근력의 증가와 근 지구력의 증가 사이에는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근력의 증가가 근 지구력에 미치는 영향이 크며 근 지구력의 향상 또한 근력 향상에 영향을 주는 복합적인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근력과 근 지구력을 동시에 요구하는 암벽등반 그 자체를 근력강화를 위한 트레이닝 방법으로 활용하여 본다. 근 지구력과 근력의 강화는 암벽등반에 있어 클라이밍을 보다 효과적으로 즐길 수 있는 필요 불가결한 중요한 요소들이다. 이 두 가지 클라이밍의 필수적인 요소는 상호 보완적이기도 하지만 개개인의 수행 능력에 따라서 큰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강한 근력과 근지구력을 동시에 가질 수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이상적인 클라이머라고 할 수 있다. 근 지구력 향상을 위한 암벽등반 트레이닝 실전등반을 이용한 트레이닝은 단순히 등반하려는 루트에 적응하고 이에 필요한 기술적인 요소들을 습득하는 차원을 넘어서 구체적인 등반능력 향상, 즉 근력을 강화시키는 트레이닝에 목표를 두어야 한다. 클라이머들의 행위 목표라고 할 수 있는 암벽등반을 트레이닝의 방법으로 이용한다면 보다 빠른 근력의 향상을 체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실전 암벽등반을 통한 트레이닝만큼 암벽등반을 위한 트레이닝 방법에 있어 가장 이상적이고 적절한 방법은 없다. 이러한 트레이닝 방법은 좁은 실내에서 실시하는 트레이닝에서 오는 지루함과 이에 따른 트레이닝의 정체성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권장할 만하다. 암벽등반을 이용하여 실시하는 트레이닝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트레이닝을 위한 루트의 선택과 선택한 루트를 어떻게 이용하는가 하는 트레이닝의 방법에 있다. 등반의 양에 의하여 향상의 폭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등반의 질, 즉 이용 방법과 집중도에 의하여 트레이닝의 효과가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이번 호에서는 암벽등반을 통하여 근력과 근지구력을 향상시키는 구체적인 실전 방법에 대하여 기술하고자 한다. ● 암벽등반 트레이닝 방법1 암벽등반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유산소성 속근의 강화를 위한 암벽 등반 트레이닝을 위해서는 자신의 레드 포인트 등급보다 낮은 난이도의 루트를 연속하여 등반한다. 유산소성 속근의 사용은 클라이밍이 가지고 있는 가장 일반적인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먼저 2번 내지 3번을 연속하여 등반할 수 있는 루트를 선정한다. 대부분 자신이 등반을 할 수 있는 최고 등급보다 2∼3정도 낮은 등급의 루트가 적당하다. 만약에 5.12c급 정도를 레드 포인트로 등반할 수 있는 클라이머라면 5.11c/d에서 5.12a급 정도의 난이도를 가진 루트들이 적당하다. 트레이닝을 위하여 선택한 루트는 등반하는 중 커다란 휴식점이 없어야 한다. 루트의 크럭스(고빗사위)와 기타 부분들의 난이도에 많은 차이가 나지 않으며, 지속적으로 힘을 소모하면서 등반할 수 있으면 더욱 좋다. 이러한 유산소성 속근의 강화를 위한 암벽등반 트레이닝은 클라이머들의 근 지구력 능력을 향상시키는 가장 보편적 방법이다. 이렇게 자신의 등급보다 낮은 난이도를 선택하여 실시하는 트레이닝은 두 가지의 뚜렷한 목표가 있다. 그 중에서 첫째는 등반을 위한 근육의 유산소성 지구력을 개선시키는 것이다. 둘째는 근지구력의 향상과 함께 신경계와 기타 기능을 트레이닝 하는데 그 목표가 있다. 유산소성 근 지구력 트레이닝을 위해서는 40∼60동작을 할 수 있는 길이를 보장하는 루트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러한 길이를 가진 긴 루트는 드물다.
그러므로 <표1>에서 보는 것처럼 같은 난이도의 루트를 조합하던지 한 개의 루트를 연속하여 등반한다. 클라이밍시 순발력을 이용하지 않도록 주의하며 등반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여 클라이밍에 사용되는 근육에 지속적으로 부하가 주어지도록 노력한다. 이러한 방법의 유산소성 속근의 강화를 위한 암벽 등반 트레이닝은 암벽등반 중에 유산소성 속근의 동원 비율을 끌어 올려준다. 그리하여 상대적으로 젖산의 생성이 늘어나 빠른 피로를 가져오는 백근(속근)의 사용빈도를 줄여 준다. 또한 반복적인 자극에 의해서만 증가하는 근육 내의 신경계통의 작용을 극대화하므로 암벽등반을 위한 근육의 원활한 활동을 개선시켜 준다. 한 개의 루트를 연속하여 등반할 때는 두번째 루트를 등반할 때가 매우 중요하다. 두번째 루트를 등반할 때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 휴식의 시간은 클라이머 개개인의 조건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최소한 8분에서 12분 정도가 적당하다고 본다. 하루에 3세트를 실시한다. ● 암벽등반 트레이닝 방법2 암벽 등반시 클라이머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최대 근력의 60∼80퍼센트 정도를 지속적으로 사용하여 등반을 한다면 근육은 무산소성 속근을 동원하도록 에너지 시스템을 전환한다. 숨이 가빠지고 비교적 어렵다고 느껴지는 느낌이 근육에 전달되면 유산소성 속근이 가지고 있는 근력 한계 상황의 시작으로, 여기서부터 근육은 무산소성 에너지 대사를 통하여 에너지를 공급한다.
이렇게 근육이 무산소성 속근의 에너지 대사를 시작하면 근육 내에는 원활한 활동을 방해하는 젖산이 축척 되기 시작한다(본지 5월호 "근육의 구조를 이해하라" 편 참조). 또한 이와 함께 근육 내에는 생성된 젖산 축척을 제거하여 근육의 정상적인 움직임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시작되는데 이러한 상호 작용은 적절한 휴식과 지속적인 트레이닝을 통해서 더욱 활성화 될 수 있다. 고난이도 루트를 등반할 수 있는 근육의 능력은 무산소성 근 지구력의 능력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러한 근 지구력이 바탕이 될 때에만 등급 향상은 가능하다. 그렇다면 무산소성 근 지구력은 어떻게 향상시킬 수 있는가? <표2>는 이러한 무산소성 속근의 근 지구력 트레이닝의 원리를 이용한 트레이닝 프로그램의 실례이다. 무산소성 근 지구력 트레이닝을 위한 암벽 등반 트레이닝은 15∼30동작 정도가 되는 길이의 루트를 클라이머가 가지고 있는 최대 근력의 60∼80퍼센트를 사용하여 1∼2분 정도의 속도로 클라이밍할 수 있으면 가장 적절하게 향상한다. 프로그램을 시작하는 초기에는 비교적 긴 휴식시간을 가지되 트레이닝을 지속하면서 휴식의 시간은 줄이고 반대로 등반 횟수를 증가시키는 방법으로 전환한다.
이러한 방법에 의하여 트레이닝을 하게 되면 무산소성 속근의 근 지구력이 향상되면서 고난이도의 루트에 대한 근육의 적응 능력이 점차적으로 향상하게 된다. 이렇게 무산소성 속근의 근 지구력 능력이 향상하는 중요한 요인은 근육 내에 무산소성 속근의 근 지구력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지속적인 부하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것을 가르켜 무산소성 근 지구력 트레이닝 존(zone)이라고 부른다. 무산소성 근 지구력 트레이닝 존의 올바른 형성은 무산소성 근 지구력의 성공적인 증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표3>은 5.13b급 루트를 2∼3회의 레드 포인트로 등반할 수 있는 클라이머가 5.13b급의 루트를 먼저 등반하면 근육의 피로도 때문에 점차적으로 낮은 난이도의 루트를 등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하지만 클라이머가 본인의 레드 포인트 능력보다 낮은 5.12c급의 루트를 등반하면 근육의 무산소성 근 지구력 향상을 위하여 여러 번 같은 강도의 루트를 등반할 수 있게 된다. 5.13b급 루트를 먼저 등반하면 곧 이어서 등반 할 수 있는 루트의 난이도는 계속하여 떨어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5.12c급 루트를 휴식과 함께 연속적으로 등반하면 지속적으로 등반의 부하가 증가하여, 마지막에는 마치 5.13a/b급 루트를 등반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가질 수 있다. 이렇게 비슷한 강도의 자극을 지속시켜 주면 트레이닝의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 결국 5.13b급 클라이머에게 5.12c급 루트를 연속적으로 등반하는 것은 5.13b급 루트를 먼저 등반하는 것보다 무산소성 근 지구력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효과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이 방법은 최근의 유럽 클라이머들 사이에서 2∼3년 전부터 이용되어 많은 효과를 본 방법으로 최근에는 미국의 「클라이밍」지에 소개되기도 하였다. 고난이도의 루트를 등반할 수 있으면 자연히 그 아래의 등급의 루트를 등반할 수 있다는 생각은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마치 책을 쌓아 올릴 때에 아래 부분의 기초가 얼마나 튼튼한가에 의하여 얼마나 높이 안정되게 쌓아 올릴 수 있는가가 결정되는 것과 같다. 무산소성 속근의 트레이닝을 통한 근 지구력의 향상은 결국 지속적으로 등급을 향상시킬 수 있는 튼튼한 기초가 된다. 근력 향상을 위한 암벽등반 트레이닝 고난이도의 루트를 등반하는 데 필요한 최대 근력의 강화를 목표로 한 암벽 등반 트레이닝은 낮은 난이도의 루트와 레드 포인트 등급에 가까운 루트를 선택하여 연속적으로 등반한다. 이러한 트레이닝을 위하여 선택한 루트들 또한 등반하는 중 커다란 휴식점이 없어야 하며 루트의 크럭스와 기타 부분들의 난이도에 많은 차이가 나지 않으며 꾸준히 힘을 소비할 수 있으면 좋다.
이렇게 어려운 등급의 루트를 쉬운 등급의 루트와 함께 등반하는 트레이닝은 클라이밍시 무산소성 근 지구력의 향상과 최대 근력의 증가를 동시에 트레이닝하는 방법이다. 트레이닝을 위한 등반을 할 때는 먼저 쉬운 루트를 등반하고, 나중에 어려운 루트를 등반하는 순서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 이러한 트레이닝 방법은 등반할 때 루트의 크럭스에서 사용되는 속근의 동원능력을 개선시키는 트레이닝 방법으로서, 무산소성 속근의 사용과 함께 근육의 최대근력의 사용능력을 함께 향상시켜 준다. 근육에 강한 부하가 주어지거나 또는 낮은 부하 중에서 수행되던 운동능력이 상실하기 직전에는 사용되지 않는다는 속근의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등반시 되도록 휴식을 취하지 않는 것이 좋으며 첫번째와 두번째 등반 사이에도 휴식 없이 연속하여 등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에 크럭스를 제외한 다른 부분이 너무 쉽다고 생각되면 빠르게 등반하여 등반에 사용되는 근육에 강한 부하가 주어지도록 노력한다. 한 세트의 등반을 마치면 근육이 완전한 회복되어 다음 세트를 성공적으로 실시 할 수 있도록 길게 휴식한다. 휴식 시간은 개개인의 조건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최소한 10분에서 30분 이상이 적당하다고 본다. 최대근력 강화를 위한 암벽등반 트레이닝에서 사용하는 높은 등급의 루트는 뚜렷하게 구분되는 두 개 이상의 크럭스 부분을 가지고 있으면 더욱 좋다. 왜냐하면 고난이도 루트를 선택하여 실시하는 트레이닝의 목표는 근육이 낼 수 있는 최대 근력을 실질적으로 사용하는데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난이도 루트를 선택하여 실시하는 트레이닝 방법은 강한 부하가 근육뿐만 아니라 건과 인대와 관절 등에도 큰 자극을 주므로 과다하게 트레이닝을 하면 부상의 위험이 있다. 하루에 비교적 적은 횟수인 3세트 정도를 실시한다. 근 지구력과 근력 향상을 목표로 하는 암벽등반 트레이닝을 위한 프로그램 짜기 그러면 실제적으로 어떻게 루트를 선정하고 이용할 것인가? 국내에는 근력 향상 트레이닝을 위한 암벽등반 대상지가 많다. 특히 고창의 선운산과 원주의 간현암은 이러한 근력 향상 트레이닝을 위한 암벽등반 대상지로 적절하다. 선운산은 트레이닝에 적절한 등반 각도와 풍부한 난이도를 가진 여러 루트들이 있는 곳이다. 그러나 남서부 지역의 클라이머들을 제외하고는 동부지역과 수도권에 살고 있는 클라이머들에게는 트레이닝을 위해 이용하기에는 거리가 멀다는 단점이 있다.<사진2, 3> 그러한 면에서 원주의 간현암은 비록 적은 규모이지만 수도권에서 거리가 가깝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어 트레이닝의 장소로 권장할 만하다. 간현암은 트레이닝에 필요한 각도와 난이도들을 가진 루트들이 많지는 않지만 적절히 이용하면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곳이다. 특별히 필자의 아내 김현정씨가 빠른 시일 안에 5.13급의 루트를 등반할 수 있었던 것은 간현암의 루트들을 이용한 트레이닝의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표5>의 간현암 루트를 이용한 근력강화 트레이닝 프로그램은 5.13급 클라이머인 김현정씨가 1996년과 1997년도 근력 향상을 위한 트레이닝 중에 실시했던 프로그램을 정리한 것이다. 트레이닝을 독려하는 유명한 명언 가운데에는 "고통이 없으면 얻는 것도 없다"라는 말이 있다. 비록 많은 땀을 흘려야 한다는 원칙에는 동의한다 해도 현대의 스포츠의 원리는 승리를 고통의 산물로 보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적절한 연구와 그에 따른 과학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그리고 그것을 보다 효과적으로 이용한다면 이에 따르는 고통에 비하여 얻어지는 결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고 본다. 클라이머들이 생각하는 암벽등반의 가장 큰 매력은 다른 어느 스포츠보다도 많은 투자와 극기의 도전을 통하여 목표를 성취하는 데 있다고 본다. 그만큼 어렵기 때문에 어떤 목표를 성취했을 때에 오는 희열감은 다른 어떤 스포츠보다도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러한 암벽 등반의 매력은 동시에 많은 사람들로부터 암벽등반을 외면하게 만드는 요인이 됨을 인식해야만 한다. 보다 쉽게 그리고 보다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시야로 도전하여 그 결과를 보다 크게 얻을 수 있다면 암벽등반의 매력은 배가되리라고 확신한다. <김종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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