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대비 올해는 나름 날씨도 따라주어 선녀폭, 호오스테이, 나선폭, 가마불. 얼음벽과 네 번이나 마주하였다.
올해 시즌은 토왕성폭포를 마무리로 봄을 맞이하리라 계획 하였고 소인이 추구하는 계획은 이랬다.
2인 1조, 자일 1동, 낙빙이 적은 평일, 손이 덜 시려운(소인은 빙벽은 좋은데 손이 영 잼뱅이다...ㅜㅜ) 2월 중순 전, 후로....
셋 째 주도 2인 1조, 2개 조로 토왕폭을 계획했으나 멤버들의 전 주 등반에 따른 컨디션 저하와
더군다나 본인의 두 째주 얼음골 등반으로 엄지발가락 손상 부득이 설악행이 취소되어야 했다.
2월 25일 화요일로 계획 된, 상범이의 등반신청 접수와 함께 하나 둘 준비에 들어간다.
바일 및 크램폰 날 정비, 자일 수급(100m 1동/ 8.5m), 상단 하강 루트 확인, 둘이서 짐 줄이기위한 한 두 번씩 통화~
날씨도 최적으로 뒷날 부터 날씨가 풀릴 것이란 예보, 말 그대로 시즌 마무리 등반이 되겠다 싶었다.
24일 아침, 야간근무 마치고 퇴근, 취침 후 정오 12시경 기상.
PM 17:00 칠서 IC 집결, 날이 밝을 때 장비 재 확인 후 세팅. 속초로 출발.
PM 19:40 단양 휴게소 저녁 식사.
PM 22:40 속초 찜질방 도착.
25일 화요일.
AM 02:00 기상
AM 02:50 든든히 식사 마침(24시 콩나물 해장국)
AM 03:40 신흥사 주차장 출발~~~~~~
여기까지는 참~ 좋았다~~!
이제부터 참 말 못할 에피소드가 시작된다.
약간 쌘 바람소리, 다소곳이 이어지는 이바구와 함께... 렌턴 빛에 눈 없는 언 빙판을 살펴가며 토왕골을 오른다.
등반차 토왕골로 와 본지가 좀 되기도 했고 마지막 왔을때가 '19년 초. 역시 얼음 시즌 마무리 등반차 상범이와 함께였다.
마술에 걸려 든 걸까... 뻔질나게 드나들던 토왕골에서 길을 헤맬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강원도 올라오면서 유명한 심리테스트 '고릴라게임'이라고 '보고 있어도 제대로 보는 게 아니다'라고 얘기했었는데 딱 그 짝이다.
비룡폭포 언덕배기 너머 적당히 걸어 이렴풋이 보이는 우측 시커먼 삼각형 봉우리를 노적봉으로 착각한다.
바닥 얼음에 신경 쓰며 걷는데 좌측으로 붙었던 탓일까 자연스레 오른 곳이 좌측 골이였든 것이다.
눈이 녹지 않은 곳엔 간간히 사람 발자국 흔적들이 보였고 조심스레 오르고 또 오른다.
미끄러지기를 두 번.. 한 번은 사정없이 패대기 처졌다. 아이고...ㅜㅜ.
좀 추스리고 크게 이상 없는 것 같아 다시 또 오른다.
선두에 섰던 상범이가
"행님~ 여기는 도저히 계곡으로는 못 가겠는데요~"
"비탈은 어떻노?"
"하... 아닌데.. 이렇게 까지 갔을까요... 양 옆으로는 완전히 협곡인데..."
"허 참말로 난감하네...." 난감하기는 이번만이 아니었다. 흔적이 없어 몇 번을 난감했다.ㅎㅎ
그 참에 쉬기도 할 겸 배낭을 내려놓는데... 오다가 더워서 배낭 옆에 쟁여둔 방수자켓과 다운자켓이 안 보인다.
"아!~~ 상범아! 엿됐다!!"
"행님 왜요? 몸이(패대기 처져서) 마이 안 좋아요?"
"그게 아이고.. 고어텍스 자켓이 없다. ㅜㅜ 낙수가 많다 켔는데(최근 등반기에) 자켓 없으모 나기라다~"
둘 다 벙쪄서... ㅜ_ㅜ; 기분 급 강하~
"어쩔 수 없다. 살살 찾으면서 내려가 보자~"
다행히 많이 내려오지 않아 황색 주머니 발견. 기분 급 상승~~ㅎㅎ
"자~~ 다시 고~~~" 가로막고 있던 작은 얼음벽 앞에 도착.
어떻게 오를까 궁리하다가 좌측 비탈면으로 들이대 본다.
"상범아~ 여기 미세한 흔적이 보인다~"
급경사 비탈면의 잔챙이 새끼가지를 잡고 조심히 조심히 통과. 또 기분 급상승~ ^,. ^;
이렇게 좁은 길이 있었나? 막연히 이건 아닌 것 같은데 하면서...
간만에 와서 그런겨~ 눈이 녹아서 그런겨~~ 더 가보자~~ㅎ
덤불을 헤집고 오르는 사이 어느새 날이 밝아 버렸다.
이제는 경사진 작은 얼음이 아니고....50~60m 되는 얼음벽이 떡 가로막고 있다.
이건 뭐지?... 토왕폭 밑에 이정도 빙벽은 없었는데...
AM 07:00경...
상범이가 가까이 가 본다며 사라지고...
아침부터 규철행님에게 사진을 보내며 혹시 여기 아냐고 SOS 전보를 쳐본다.
모든 상황을 유추해 봤을 때 길을 잘 못 든 게 분명 해졌다.
이렇게 날이 밝았는데도 토왕폭이 안보일 수가 있나...
내려오면서 또 자빠지기를 두 번... 빨리 토왕폭에 가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계획과는 많이 틀어졌고 여기서 순간 놀다 갈까도 생각해 봤지만 상범이가 그렇게 등반성이 있어 보이진 않았다며
토왕폭 가서 하는데 까지 해보고 오자는데 의견이 모아져 다시 백도~
합류 지점까지 1시간 가량 내려온다. 세상이나.... 다시 분기점에 내려섰을 때...
토왕폭이 나 여깄찌롱~ 하며 떡허니 서 있다. ㅎ,.ㅎ;
이렇게 길이 잘 나 있는데... 완전 아스팔트 급인데... 어떻게 이런 일이...
9시 중반 경 Y 계곡에 도착한다. 아무도 없다. 둘을 위해 전세 낸 토왕폭!
다만 앉았다 일어서면 엉덩이, 허리가 조금 뻑쩍한거 빼고는 약간 손은 시려운 감은 있으나 등반하기엔 최상의 날씨다.
장비 챙기고 하단폭까지 올라와 출발 선상에 섰을 땐 10시 40분경 된 것 같다.
하단 폭. 우측 동굴 쪽 한 두 방울 떨어지는 것 말고는 전반적으로 낙수는 없다.
중간 수직 구간은 많은 등반객으로 인한 계단 형성과
스크류 박을만한 곳은 박아서 골다공증 증세로 신중히 앵커 설치하며 올라 간다.
수직 지점 통과 후~
하단 상부 경사면을 오르는 동안 세개의 아발로코프 확보 지점이 있었지만
무전으로 종료는 100자 풀로 올라서 앵커 구축하기로 한다.
중앙 슬로프 면에 확보 지점 구축하려니 우측 조금 밑에 하단 하강 지점이 보여 옮겨 간다.
12시 10분경...상범이 구배구간을 올라 서고..
확보 보는 동안... 엉덩이며 특히 허리 부위의 욱신거림이 더해졌다.
차가운 냉찜질 상태라 통증을 못 느꼈는지 등반하며 워밍이 되니 허리가 우리하다.
20분가량을 의견 조율로 시간을 보내다....
"상범아~ 나는 아침의 등반의욕 30:70에서 50:50까지 올라왔다.
중단,상단 등반 마치고 하강할 때 마디마디 끊어서 하강해야 하는데
어두워지면 하강포인트 잘 찾기나 하겠나 싶다. 피치 마다 하강은 처음이고 걱정이 좀 되는데 네 생각은 어떻노?"
"안그래도 그 생각 했어요~ 에너지도 소비하고 1시간만 여유 있었으면 딱 좋았을 건데 참 애매하네요."
"그리고... 행님 허리가 좀 지끈지끈하다. ㅜ_ㅜ"
"...그래요 행님. 아쉽지만 내려가도록 하입시다~"
참 아쉽기 그지없다. 토왕폭 등반 중에 돌아서야 하다니....
좋은 계획과 좋은 조건이였는데 계획 대비 4시간 가량을 에너지며 시간을 허비해 버렸다.
내려오면서 갈림길에 도착. 둘 다 참 어이가 없었다. 어떻게 이렇게 좋은 길을 두고...
이 넓은 계곡을 그냥 따라 올라가면 되는 것을... 이것을 두고 말 그대로 어이 없다고 하구마.
상범이가 내려 오면서 얘기한다.
"이것도 추억으로 남지 않겠어요... 이때가 아니면 일부러 가보진 않을 꺼잖아요~ ^,. ^;
"그러게.. 일부러는 절대 안가지~~"
상범아~ 그 빙벽 맵 찾아 보니 토왕좌골의 상부 '허공다리 폭포'라고 나왔더마.
허공다리라... 이름도 참 거시기 하다.
안그래도 완전히 헛다리 짚었다고 얘기했었는데...ㅎ
간만에 떠난 설악 등반, 작년 여름도 혼나더니만... 겨울도 혼나고..ㅎ
상범이도 나도 수고 많았다~
'■ My Climbing Photo > ─ 빙벽등반(Ice)'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5_02_24~25] 또 하나의 추억을 새기며~(토왕골에서의 방황...) 2 (0) | 2025.02.26 |
---|---|
[2025_02_09] 2월 두 째주 가마불에서 놀기(암가마불 + 숫가마불) | 밀양 얼음골 | 빙벽등반 | 부산빅월클럽 아카데미 (0) | 2025.02.11 |
[2025_01_26] 아이스 샤워 맛집~ 청도 나선폭 ② | 빙벽등반 | 부산빅월클럽아카데미 (bbc) (1) | 2025.01.27 |
[2025_01_26] 아이스 샤워 맛집~ 청도 나선폭 ① | 빙벽등반 | 부산빅월클럽아카데미 (bbc) (0) | 2025.01.27 |
[2025_01_12] 등반지의 풍경 그 두 번째 호오스테이 빙장 | 부산빅월클럽아카데미 | bbc | 빙벽등반 (0) | 2025.0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