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란 얼마나 소중한 것입니까!
감정이 없다면 삶의 희열도, 삶의 추억도, 그리고 삶의 설렘도 없을 테니까요.
지금 이 순간 자신의 감정을 충분히 살릴 수만 있다면, 이 세상을 떠나면서도 우리는 수많은 색깔로 덧칠해진 추억을 꺼내 들며 행복한 미소를 보낼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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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죽이는 것, 혹은 감정을 누르는 것은 불행일 수밖에 없다. 살아 있으면서 죽은 척하는 것이 어떻게 행복이겠는가. 그러니 다시 감정을 살려내야만 한다. 이것은 삶의 본능이자 삶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억압되었던 감정을 다시 살려내지 않으면,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여행을 떠날지도 모른다. 아무도 나를 모르니 누군가 나의 감정을 억압하려야 할 수도 없는 곳, 직장 상사도 없고, 시부모도 없고 나를 질식시키던 사회 통염도 미치지 않는 곳, 우리는 그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새로운 풍경과 사람들을 만나면, 그동안 잊고 지냈던 모든 감정들이 불꽃놀이처럼 터져 나오기 쉽기 때문이다.
행복하게 산다는 것, 그 것은 감정의 자연스럽고 자유스러운 분출이 가능하냐의 여부에 달린 것 아닌가.
떨어지는 벚꽃을 보며 슬픔을, 쏟아지는 은하수에서 환희를, 친구의 행복에 기쁨을, 말러의 5번 교향곡 4악장에서 비애를, 멋진 사람을 만나서 사랑을, 시부모의 무례한 행동에서 분노를, 주변 사람들의 평판에 치욕을, 번지점프에서 뛰어내리면서 불안을, 이 모든 감정들의 분출로 우리는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원하는 감정일 수도 있고, 결코 원하지 않던 감정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어떤 감정이든지 간에 그것이 내 안에서 발생하고, 또 나 자신을 감정들의 고유한 색깔로 물들일 수 있다면, 우리는 살아 있는 것이다. 슬픔, 비애, 질투 등의 감정도 우리에게 소중한 이유가 있다. 지금 불쾌한 감정에 사로잡혀 있기에, 내일을 더 희망차게 기다릴 수 있으니까. 장차 내게 행복한 감정이 생길 수도 있다는 설렘, 이것이 어쩌면 우리가 계속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아닐지.
우리들은 정신이 큰 변화를 받아서 때로는 한층 큰 완전성으로, 때로는 한층 작은 완전성으로 이행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이 정념(passiones)은 우리에게 기쁨(laetitia)과 슬픔(tristitia)의 감정을 설명해 준다.
― 스피노자. 『에티카』에서
감정의 48가지 얼굴
비루함, 자긍심, 경탄, 경쟁심, 야심, 사랑, 대단함, 탐욕, 반감, 박애, 연민, 회한, 당황, 경멸, 잔혹함, 욕망, 동경, 멸시, 절망, 음주욕, 과대평가, 호의, 환희, 영광, 감사, 겸손, 분노, 질투, 적의, 조롱 , 욕정, 탐식, 두려움, 동정, 공존, 미움, 후회, 끌림, 치욕, 겁, 확신, 희망, 오만, 소심함, 쾌감, 슬픔, 수치심, 복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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