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벽 클라이머와 자연 바위
Neil Gresham's Guide to Getting on the Rock
루시 크리머가 '아봉' 협곡에서의 등반을 즐기는 모습
배경
지난 주, 나는 기운이 펄펄 넘치는 ‘인공 벽 타입‘의 개리 히긴슨이라는 클라이머가 런던에 있는 엄청나게 가파른 ’웨스트웨이‘라는 7C+ (5.12d) 선등 벽을 불도저처럼 온사이트 하는 것을 보았다. 나 역시 도시의 정글 속에 갇혀 지내던 시절부터 개리를 알고 있다. 적어도 내가 아는 한, 그는 이런 사람이었다. 즉, 그는 주중에는 맹수처럼 트레이닝 하고, 주말에는 새로운 현장을 (즉, 다른 인공벽을) 찾아 여기 저기 여행하거나, 이상한 볼더링을 하거나, 선등 방식 경기에 참여했다. 그가 벽에서 내려와서, 나에게 옥스퍼드에 가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내갸 신음소리를 내며, 그에게 야외로도 바위 하러 가는지 물어봤다. “아직도 자연 바위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그가 답했다. “바위가 피부를 상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인공벽의 수지(resin) 홀드가 더 좋아요. 훨씬 더 재미도 있고요. 그리고 트레이닝은 주로 나무로 된 홀드에서 하는 것이 더 좋죠.”
알아 둘 점은, 언젠가 딱 한번 개리가 여행 가방에 등반 장비를 넣고 약간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레이븐 토르’에서 어슬렁거리는 모습이 실제로 눈에 뜨인 적이 있다. 그는 루트 등급을 매기지도 않았고, 그 근처의 남쪽에 있는 사암을 좋아하지도 않았다. 그런 곳은 그가 (인공)벽에서 하려는 트레이닝에 잘 안 맞는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점점 더 많은 사람이 그와 비슷한 정서를 갖고 있다. 이론상으로는, 암벽이 아니어도 신체적으로 상당히 힘든 등반을 하는 감각에서 오는 쾌감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정말 수치스러운 일로 보인다.
그러면 이런 등반 ‘광장 공포증‘ 클라이머들의 일부가 인공 암벽에 영원히 남아 있고 싶지 않을 때 어떤 일이 생길 것인가?
인공 벽에 인이 박힌 클라이머가 (wall-junkie)가 바위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두 가지 중요한 요인은 적절한 테크닉 부족 그리고 정신적인 어려움을 극복하는 능력의 부족이다. 이 두 가지 때문에 그들이 인공벽에서 발휘하는 신체적인 잠재력을 실전 바위에서는 발휘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인공 벽 등반에 필요한 국부적인 근력과 지구력은 이미 갖고 있으나, 익숙하지 않고 두려움을 주는 환경에서는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실내 암장과 자연 바위 등급의 차이가 갓 시작한 사람보다는 이미 실내 등반 시설에서 높은 수준에 이른 사람의 경우에는 훨씬 더 크게 느껴진다.
기초에 관한 이론
힘든 루트를 오르려면 그리고 어느 스포츠에서든 성공을 거두고자 한다면, 기본 기술을 배울 수 있고 발전시킬 수 있는 광범위한 활동의 기초가 필요하다. 처음 등반을 배우는 단계에서는 모든 능력이 함께 지속적으로 발전될 수 있도록 한 사람의 등반 퍼포먼스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면을 복합적으로 그리고 비슷한 속도로 발전시키는 것이 극히 중요하다. 물론, 이것은 자기 한계 이내의 너무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에서의 활동 그리고 순전히 난이도 위주로 하기보다는 마일리지와 다양한 경험을 추구해야 함을 의미한다. 석회암에서부터 화강암, 산 속의 암벽에서부터 해벽에 이르는, 모든 루트가 장기적인 면에서는 극히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자신감과 경험이 극히 중요하며, 처음에는, 기초적인 로프 기술과 확보 시스템 사용법 습득이 누구에게나 쉽지 않다 - 등반의 기술적인 어려움까지는 추가되지 않더라도. 이 때 중요한 점은 자신의 기술을 차츰 축적하고, 그 다음에 시간의 경과에 따라 좀 더 높은 스트레스 하에서 그런 기술을 쓰는 것이다. 이미 다년간의 경험을 갖고 있는 HVS(!?) 클라이머에게는, 루트 파인딩이나 효율적인 장비 설치 등의 일이 제2의 천성처럼 될 것이나. 인공 벽에서 7a+(5.11d)를 하는 벽 위주의 클라이머(wallster)가 자연 바위 등반을 갓 시작할 때는, 매우 쉬운 루트에서도 그런 일들이 전심전력을 다해야 하는 성공과 실패의 절실한 차이를 제공한다.
인공 암벽(climbing wall) 클라이머는 기초를 배우기도 전에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너무 전문적이 되어버린다. 오늘날의 엘리트 클라이머들이 쓰고 있는 이런 전문적이고 강도 높은 신체적 트레이닝 방법은 실제로 등반하는 방법을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만 유용하다. “테크닉은 파워를 대신하지 못한다”는 벤 문의 그 악명 높은 말은 이미 적절한 테크닉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만 해당된다. 실내 암장에서 먼저 엄청난 힘을 키우는 클라이머들은 나중에 바위에서 테크닉을 배우기가 훨씬 어려움을 느낀다. 그럴 기회만 있기만 하면, 항상 이들은 어려운 곳에서 벗어나기 위해 팔로 잡아당기려고 하며, 일단 멈추어서, 멋있고 효과적인 동작을 생각해내고 실행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런 사람을 위한 유일한 해결책은 거친 힘으로 아무리 맹공을 가해도 굴복되지 않는 타입의 바위에서 볼더링 하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사암 또는 화강암 슬랩과 어레이트(arete)가 가장 좋은 예를 제공한다.
테크닉 상의 이슈
그러면 왜 인공 암벽에서 연습한 테크닉이 바위에서 필요한 테크닉과 너무나 다른 것인가? 그 전형적인 예는 인공벽이 우리의 등반 테크닉을 향상시켜주기는 하나 - 사실은, 전혀 안 하는 것보다는 나으나 - 그렇게 해보았자 어떤 클라이머에게는 부적절한 스타일의 습관을 입력하는 수단이 될 뿐이다. 여러분이 실내 벽에 처음으로 문제를 세팅할 때, 전에 바위를 만져본 적이 없으면, 발전시켜야 할 테크닉의 다양성과 레퍼토리에 대한 개념을 갖고 있지 못할 것이다.
현대적인 스타일의 '클라이밍 월'의 혁신도 이 문제의 악화에 공헌한 이유의 일부이다. 최근 세워지고 있는 새 시설의 대부분이 모든 기준을 충족하고, 재미있고, 웅장하고, 사용자가 쓰기 편하게 되어 있다는 말이 사실이긴 하다. 그러나 예전의 벽은 다양한 등반 테크닉을 경험하는 방향으로 마련되었던 것이 오늘날의 벽에서는 순전히 체력 훈련에 주력하는 방향으로 바뀌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레이 백’ 하는 멋진 덧 바위, ‘브릿징’ 하는 코너, 그리고 ‘재밍’ 하는 크랙을 잊지 맙시다! 이런 곳을 현대적인 사고방식의, 길거리 스포츠 클라이머들이 멋지다고 여기지 않으나, 이들도 자연 바위에 불쑥 나타나곤 하는, 난처한 습관을 갖고 있다. 이런 형태를 갖고 있는 벽이 아직 있긴 하나, 그런 곳은 ‘센터’나 또는 실제 등반 상황에서 그와 비슷한 형태를 아마 수백 번이나 등반했기 때문에 새로운 벽에서 남보다 좀 낫게 하는 전통식 클라이머들에게만 인기 있다.
칼라로 표시되고 볼트가 박힌 평면 패널 벽에서 제공되는 이러한 ‘번호대로 등반하기‘ (’join-the dot', 'climb-by-numbers') 스타일은, 동작과 심리 상으로, 암벽 등반의 필요조건에 도대체 맞지를 않는다. 진짜 바위 온사이팅에서는 ‘무엇을 내가 써야 하나?’라는 경우인데 비해, 벽에서는 ‘무엇을 쓸 수 없는가?’라는 경우인 것이다. 때로는 홀드가 지나치게 많이 달려 있는 선등 벽에서 자신이 찾는 것 외에 너무 많은 색깔의 홀드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떨어지고 말기도 한다. 일단 찾는 홀드를 발견해도, 추가로 결정할 사항이라고는 암장에 들어오기 위해 낸 5 파운드 값을 제대로 하느냐 여부일 뿐이다. 단순히 그 홀드로 팔을 뻗고, 그것을 잡고, 그것을 잡아당긴 다음, 그 홀드가 발 높이에 이르자마자 그 놈의 홀드 위에 올라선다. 꼭대기에 이르거나 추락할 때까지 이 과정을 반복한다. 한없이 다양하고 미세한 지질학적 구조의 탐색이 전혀 없다. 감추어진 포켓 또는 중요한 순간에 ‘러너’를 배치할 곳을 찾는 다년간의 단련을 통해서 훈련되는 미묘한 안목이 여기서는 과분하다. 오직 색맹인 사람만이 불리하다. 볼더 문제라면 가장 힘센 사람이 우승하고, 루트 달린 벽 등반이면 역시 가장 체력 좋은 사람이 이긴다.
진짜 바위에서 요구되는 종류의 동작은 밸런스와 체중 배분 그리고 체중 이동 면에서 훨씬 더 미묘하다. 바위에서 어떤 발 홀드를 발견했으나 그것이 좋지 못한 자리에 있거나 또는 더 나쁜 발 홀드나 ‘스미어링’ 해야 하는 홀드가 꼭 필요한 대안이어서 그만 그 못 썼을 때의 느낌을 기억합니까? 또는 중간 홀드를 쓸 때의 느낌은? 즉, 비교적 큰 두 개의 홀드 사이를 갈 수 있을 정도로 힘이 강하지 못함을 느꼈을 때 여러분의 훈련된 무의식이 사용하라고 말해주는 그 홀드 같지 않은 ‘일종의 홀드‘를 쓰는 느낌이 생각납니까? 그리고 실내 인공벽의 ’malham'에서 하듯 소위 ‘발을 만든’ 적이 얼마나 많습니까? (‘built your feet') 내가 손동작 하나에 발동작 다섯 번 했던 루트를 지금도 마음속으로 그릴 수 있는데, 최고의 루트 세터라 해도 그런 식의 상황을 실내에 모방하기는 어렵다.
홀드 사용 역시 다르다. 벽에서는 완벽한 발의 방향과 정확한 배치의 필요를 결코 경험할 수 없다. 인공벽에서는 수동적으로 발을 배치해도 그런대로 넘어가는 경우가 흔히 있으나, 바위에서는 거의 언제나 능동적이어야 한다. 그것은 마찰 계수의 극한을 테스트 하는 사암 슬랩 위의 아슬아슬한 ‘스미어링’ 홀드 위에 체중을 꽉 실으면서 ‘쓰던가 실패하던가’ (‘use or lose it') 하는 케이스다. 그보다 더 심한 경우는, 전신이 스윙하면서 떨어지거나 발이 푹 빠지지 않도록 아주 작고 반질반질한, 오목하게 꺼진 홀드 안으로 발을 꽉 밀어 넣기 위해 온몸의 텐션을 써야 하는 오버행 석회암에서다. 인공벽의 손 홀드도 대체로 마찬가지다. 그 홀드들은 건(腱)을 다치지 않도록 디자인 되었고, 그 결과, 비교적 너무 일상적인 형태가 되어 버린다. 사용하기 좋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긴 하나, 늘 진짜 바위 홀드 같은 모양을 희생시키게 되고 자연 바위에서처럼 ‘바로 이렇게’ (‘just so') 손가락을 배치할 필요가 인공벽에서는 거의 드물다.
비록 ‘엔터프라이즈’나 ‘캐년’ 같은 몰딩 스타일의 유럽의 벽들 중 일부는 ‘온사이팅 경험’과 좀 비슷하게 만들려고 노력했으나, 일단 조립 패널의 레이아웃을 익히고 나면 결국 똑 같은 상황이 되고 만다. 자연 바위에서의 온사이팅은 익숙하지 않은 것에 익숙해지는 느낌이 있기 마련이고, 클라이밍 월에서 필요한 테크닉은 주로 그런 벽에서만 유효하기 마련이다. 바로 그 이유로 인해, 현재의 최상급 등반 경기 선수들의 대부분은 그들의 트레이닝의 10분지9를 인공벽에서 한다. 그들도 처음에 바위에서 등반하는 법을 배운 다음에, 벽 테크닉을 완벽하게 발전시키면서, 나중에 전문적으로 벽 등반을 해야 한다. 그러나 암벽 경험의 기초 경험이 없으면, 실내 인공 벽 등반의 정해진 규칙이 깨질 수밖에 없는 상황을 그들이 인식하지 못한다.
심리적인 이슈
많은 인공 벽 사용자들이 볼트 박힌 루트들 뿐 아니라, 전통식으로 확보물을 설치하는 루트도 등반하고자 함이 사실이지만, 이런 클라이머들이 인공 벽 또는 실내 암장에서 얻은 사고방식은 완전히 스포츠 클라이밍 위주임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인공벽에서 첫 루트를 하자마자 즉시 한 등급 더 높은 곳을 가보고 싶은 욕망을 느끼곤 한다. 그 이유는 그렇게 해도 안전하기 때문이다. 초보자용 슬랩이나 워밍업 트래버스를 간신히 해내고 나면, 당장 좀 더 어려운 루트를 시도함하여 보다 어려운 도전을 맛보고자 한다. 그러나 이런 접근법은 톱 로프나 크래쉬 매트(crash mat)가 없고, 우리의 생명이 마지막 확보물에 달려 있는, 대담성을 요하는 전통식 바위에서는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이렇게 인공벽 등반에만 적응되어 있는 클라이머들이 전통식 확보물 루트를 만나면, 추락을 모면할 수 없음을 의식할 뿐 아니라, 정확히 읽지 못할 수 있는 동작을 만날 가능성이 높음도 인식하게 될 것이다. 이해할 수 있는 일이지만, 이 두 요인의 결합은 너무나 강력해서 일시적으로 어느 루트를 시도하고 싶다는 강한 의욕이 문뜩 생기더라도 부셔버리고 말 것이다.
바위는 희소한 자원이며, 앞으로 신세대 인공벽 이용자들의 대부분이 진짜 바위와 맞서서 그들의 기술을 써보려는 욕망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나 그런 식의 전환을 시도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완전히 다른 이 두 게임의 고유한 차이를 인식함이 중요하다. 루트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전에 될 수 있는 한 바위에서 볼더링을 많이 해야 함을 꼭 명심하시라.
planetfear.com
shlee 抄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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