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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limbimg information/─ 등반 소식 · 이야기

[Man&Wall] 무섭게 기울어진 크랙과 침니…산 이름처럼 전투적인 벽

by 공자 (공영효) 2023. 12. 12.
 
함안 전투산 상데미암 골든월
전투산 상데미암 골든월의 BBC 건(5.11c)을 오르고 있는 김규철씨.

2019년 경남 함안의 전투산 상데미암에서 청람산악회는 청람길과 동진길 개척보고회를 열었다. 이후 이 두 멀티피치길은 전국의 많은 등반가들이 찾고 있다. 특히 해외원정 등반에 필요한 등반 루트가 만들어져 있어 조금씩 등반가들 사이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상데미암 5개의 봉우리 중 4봉에 위치한 95도가 넘는 높이 45m가 넘는 거대한 직벽이다. 이른바 골든월이라고 불린다. "바위가 우리 산악회 소유물도 아니니 얼마든지 개척이 가능하다"는 청람산악회의 배려로 부산빅월클럽BBC은 2020년 2월에 인공등반 루트를 추가했다.

디에드르가 인상적인 철공소(5.11c, A2-A3) 전경.

몇 해가 지난 지금은 자유등반루트가 또 생겨나고 있다. 현재 5.11급 후반대 난이도로 5개가량 개척되어 있으며 인공등반과 자유등반이 어우러진 최고의 벽으로 거듭나고 있다.

비상하는 BBC(5.11c)를 오르고 있는 공영효.

취재날은 모두 자유등반루트를 등반하기로 했다. 40여 m의 2피치로 구성된 '철공소(5.11c, A2-A3)'를 김규철(부산빅월클럽. 진주SKY클라이밍센타장)씨가 등반했다. 이 루트는 디에드르(바위가 마주보는 형태) 크랙으로 형성되어 있으며 캠을 설치하며 등반해야 한다. 인공등반과 자유등반이 가능하다. 볼트가 얼마 없어 확보물을 직접 설치하며 올라야 하는 고난도 구간이다.

김규철의 등반.

제법 쌀쌀한 날씨였지만 김규철씨의 옷은 금방 땀으로 젖었다. 김규철씨와 함께 골든월을 개척한 공영효(부산빅월클럽)씨가 이어서 등반했다. 최고의 등반력을 자랑하듯 그는 여유 있게 벽에 붙었다.

다음, 이형윤(부산빅월클럽 회장)씨도 붙었다. 이형윤씨는 몇 해 전 동계 아마다블람을 등반하다가 동상으로 발가락 몇 개를 잃었다. 하지만 등반 동작이 간결했다. "새끼발가락을 이용해 홀드를 딛고 일어납니다. 그래서 이전 동작과 많이 달라졌어요"라고 그는 유쾌하게 말했다. 이날 골든월을 찾은 등반가들은 내년 1월 남미 파타고니아로 원정을 떠난다. 피츠로이와 세로토레 등반을 계획하고 있다.

이형윤이 철공소를 오르고 있다.  그는 몇 해 전 동계 아마다블람을 등반하다가 발가락 몇 개를 잃었다.
 

등반을 이어가는 중 옆 루트에서는 등강기로 주마링 기술을 익히는 김건(부산빅월클럽)씨가 40여 m의 고정된 로프에서 오르락내리락 혼신의 힘을 다했다. 현직 치과병원장인 김건씨는 부산빅월클럽 해외원정에서 등반과 영어통역을 책임진다. 그는 부산빅월클럽 전 회장이기도 하며 몇 해 전 프랑스 샤모니에서는 프랑스어 통역도 했다. 고등학생 때 배운 프랑스어가 30년이 넘었는데도 기억이 난다고 했다. 그의 비상한 두뇌에 감탄했다.

주마링 연습 중인 김건. 현직 치과병원장이다. 그는 팀이 원정 나갔을 때 통역을 맡는다.

골든월 오른쪽 벽은 크랙, 침니, 페이스로 이루어졌다. 지금도 개척할 루트가 많다. 그중 '비상하는 BBC(5.11c)'에 붙기 위해 공영효씨가 로프를 맸다. 시작점부터 오버행이었다. 그는 첫 고빗사위를 오른 다음, 상단 부분에서 홀드를 못 찾고 잠시 주춤했다. 하지만 얼마 안 가 홀드를 잡고 등반을 마무리했다. 김규철씨, 이형윤씨가 차례대로 또 등반했다. 등반을 지켜본 공영효씨가 말했다.

부산빅월클럽 멤버들이 골든월 아래서 뭉쳤다. 이들은 내년 1월 남미 파타고니아 원정을 떠난다.

"형님, 홀드를 정직하게 만지지 말고 바라보지도 마세요."

상단부 고빗사위 구간에는 홀드들이 숨어 있어 여러 군데를 봐야 하고, 홀드같이 생긴 부분은 역층으로 이루어진 게 많아 속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즉 이 구간은 팔에 펌핑이 온 상황에서 재빠른 루트 관찰이 필요했다.

공영효의 디에드르 등반. 이곳은 고정 확보물이 얼마 없다. 상당히 난이도 높은 루트다.

김규철씨가 'BBC 건( 5.11c)'에 붙었다. 김규철씨 외에 다른 사람들은 이 루트 등반을 망설이는 것 같았다. 얼마 안 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크랙과 침니구간이 95도 이상 기울어졌고 이것이 20여 m 높이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부담스러운 루트인 것이다. 김규철씨는 루트 중단부 침니에 이르러 거친 숨을 내쉬었다. 골든월은 등반가에게 쉽게 성취감을 주지 않았다. 이날 4명의 부산빅월클럽 파타고니아 원정대는 골든월에서 강력한 담금질을 했다.

등반 중 휴식 중인 김규철과 공영효. 두 사람은 골든월을 개척한 주역이다.

월간산 12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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