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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y Climbing Photo/─ '22 알프스(France)

2022 그랑드 조라스(워커봉) 등반기 _ 부산빅월클럽 (bbc : busan bigwall club)

by 공자 (공영효) 2022. 8. 31.

 

김건 김규철 최종화 이형윤 공영효

 

2022 그랑드조라스 등반기 

 

샤모니 도착 3일이 지났다. 

브레방 쪽 피치 등반과 어제는 비로 인해 에귀디미디 눈밭에서도 뒹굴고 나름 현지 적응을 한다고는 했고,

지난밤엔 최종 장비 세팅도 끝났다.

희망사항이지만 숙박지 복귀 날짜도 8월 1일과 2일 양일로 잡고 최종 결제를 마쳤다.

 

7.30일 아침... 드디어 출발이다.

배낭을 메고 나서는 걸음이... 영 시언짢다. 나설 때면 꼭 뭔가를 빠트린 거 같은... 이젠 살살 받아들일 나이임에도...

한 발 더 나가 인천공항에서는 체크인하면서 여권 확인하는데.... " 아~이고.... 여권을 안 가지고 왔네! ㅜ..ㅜ"

황급히 찾는 시늉을 한다. 모두의 표정을 함 봤어야 했는데...ㅎ 한마디로 총 맞을 뻔했다. 연기가 너무 리얼했나..ㅎㅎㅎ

조금의 긴장감과... 설레임...

그리고 여태 실전으로는 겪어 보지 못한 알파인 등반에 대한 두려움 조금 안고 샤모니 역으로 향한다.

8시경... 몽땅베르행 매표소 앞에 북적여야 할 탐방객 행열이 없다.

한걸음 디딜 때마다 뭔가 찝찝한 느낌이 들었는데 역시나 그 불안감은 곧 현실로 다가왔다.

몽땅베르행 선로에 사고가 있어 잠정 운행중단이며,  내일이 될지 모레가 될지 언제 될지 기약이 없단다.

하이고~ 첫 시작부터....  순간 형님들의 눈빛이 싸하다. ㅡ_ㅡ

오늘부터 날씨는 좋고,  마냥 복구될 때까지 시간을 허비할 수도 없고, 종착역(몽땅베르)까지 3~4시간가량 걸린다고 하고...

크게 조율할 필요도 없이 삽시간에 Go~로 의견이 모아졌다.

이로써 4200m 고지를 샤모니에서부터 걸어서 2박에 걸쳐  수직고도 1200m 벽을 오르고 뒤편 꾸르마이어로 내려오는 총 4박 5일 여정의 그랑드조라스 침투 작전이 시작되었다.

 

열차 운행중단으로 체력 소모와 시간 지체가 따랐지만 나름 형님들의 표정은 나쁘지 않다.

알프스 트레킹을 버킷리스트로 삼는 분들이 있을진대... 이 상황이 아니면 언제 또 이 길을 걸어보겠는가...

맞은편 병풍같이 펼쳐진 락블랑 쪽 풍경,  시내를 보며 걷는 것도 나름 괜찮았다. 하긴 어딜 본들 안 좋겠는가..

지그재그 산자락을 따라 어느새 아담한 모테 휴게소에 도착, 목을 축이고 능선을 따라 몽땅베르 종착역으로 향한다.

11시 반 조금 넘어 역 밑에 도착, 아침 사온 빵으로 점심 요기를 한다. 휴게소에서 잠시 여유 부린 거 말고는 적당히 쉬며 걸어 3시간 반 가량 걸렸으니 4시간 정도 되는 거리긴 하다.

 

종착역에서 빙하로 내려서는 길이 달라졌다. 

빙하로 내려가기 위해선 바위에 전유물처럼 박아 놓은 철 계단을 딛고 위험스럽게 내려가야 했는데...(당연히 일반인은 엄두도 낼 수 없는...) 관광객 유치 때문인지 깔끔히 정리하고 이젠 말 그대로 철 프레임으로 시공한 난관식 계단으로 조성되어 바닥까지 이어져있다. 해년마다 빙하의 녹는 높이를 가늠하는 표지판까지 부착... 17년 방문 이후 현재까지 녹아내린 높이만 봐도 어마어마하다. 기후변화의 움직임은 생각 이상으로 나름 충격이었다.

정오부터... 2차전 워킹 시작.

메르데 그라스 빙하에 내려 서 해질녘까지 걸어 그랑드조라스 벽 앞에 도착한다.

당초 계획은 종착역에서부터 걸어 레쇼 산장에 도착 휴식 취하고 벽 앞에서 1박이었으나... 시간 지체로 레쇼 산장은 들리지 않고 밑에서 저녁(전투식량) 해결하고 벽 앞까지 진입한다. 다행스러운 건 이 동네는 오후 9시가 되어도 초저녁처럼 밝다. 형윤행님을 선두로 길을 잘 찾아왔는지 상부 크레바스 몇 군데만 이리 째고 저리 째고 해서 사진으로만 봐 왔던, 영상으로만 봐 왔던 '그랑드조라스' 벽 앞에 도착한다. 그랑드 조라스 벽 앞까지 꼬박 12시간가량을 워킹으로 소비한 셈이다.

낙석 지역을 피해 그나마 평탄한 빙하 상부 구릉과 빙하 언저리에 각각 잠자리 구축 노곤한 몸을 뉘었다.

알프스의 밤하늘.... 검은 바다에 초롱이 떠다니는 별을 보며 눈을 감는다.

 

7. 31일 새벽 5시경...

옆에 형윤행님이 부른다~. 옙~!. 발포매트 하나에  침낭 커버로만 밤을 지새서 당연 깊은 잠은 들지 못했다.

하지만, 이것마저도 축복이었던 게 두 다리 뻗고 편하게 누울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젯보일에 눈 녹여 물 끓여 담고 전투식량으로 아침을 해결한다.

어제저녁과 오늘 아침 포함 총 4봉지 중 2봉지 사용, 남은 식량이라곤 전투식량 2봉지, 파워젤 4개, 에너지바 2개, 육포 한 쪼가리, 물 1L , 사탕 기타... 이것으로 이 벽을 넘어야 한다.

새벽부터 얼핏 사람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이내 작아진다. 위쪽 형님들이 일어나셨나... 신발 신고 몸을 일으키니, 아...

네다섯 가량 랜턴 조명이 상단 초입 설벽에 붙었다.(한 팀인 줄 알았는데 3인 한 팀, 다른 남녀 2인 한 팀)

갑자기 부산해진다. 체력 아껴서 먼저 붙으려고 벽 앞까지 왔건만 선두를 놓치고 말았으니...

이렇게 랜턴 빛에 의지 후발 2인팀 뒤를 이어 형윤행님의 출발로 2박 3일 그랑드조라스 등반은 시작되었다.

(우리 팀은 두 개 조  2인 1조 , 3인 1조 총 5명.  1조 : 이형윤, 공영효.  2조 : 김건, 김규철, 최종화)

 

몇 년 전 회색슬랩 아래서 구조된 경험이 있는 형윤형님은 하단부는 낙석이 많다며 빠르게 치고 나간다. 뒤이어 2조 선두를 맡은 규철형님도 뒤이어 빠르게 등반해서 올라오신다. 새벽이라 일부 바위면이 얼어 조심스러웠고 특히나 하단부는 간신히 얹혀 있거나 걸려 있는 돌들 때문에 조심스레 피하고 또 가려 딛고 잡아야 했다. 그렇게 해도 "낙~! 낙석~"을 입에 달고 등반해 나간다. 레뷰파 크랙을 향해 사선으로 형성된 등반 라인 도중 앞 팀(남녀 2인 한 팀)을 추월하게 된다. 아마도 뒤이어 등반하지 않은 걸로 봐선 탈출하였으리라. 그리고 루트맵을 펼치며 레뷰파 크랙을 물어 왔으나 나도 처음이니 모를 일이다. (등반 선례를 보면  '레뷰파 크랙'을 못 찾아 실수를 범하는 스토리를 몇 접하였는데 루트맵 상 사선으로 등반 라인을 잡아 오르는 중 보게 되는 나름 선명한 크랙 라인 두 개 정도 보이고 더군다나 크랙에 하켄도 박혀 있어 등반 흔적이 눈에 뛰인다. 하지만!! 사선으로 된 등반 라인 상 절대 레뷰파 크랙은 보이지 않고 또한 볼 수 없다. 일단 경사 완만한 사선의 루트에서 조금 각도가 쌔졌고 수직으로 등반 라인이 끝나는 확보지점까지 가야 한다. 둘째, 이 확보점을 기준으로 등반해 왔던 좌측이 아닌 4~5m 우측으로 돌아 수직 등반 50m 정도를 올라야 레뷰파 크랙 스타트 지점에 다다를 수 있다.)

 

레뷰파 스타트 지점을 향해 수직으로 등반 도중... 헬기 소리가 점점 가까워진다. 곧이어 바로 위 형윤행님 위에서 떠나지 않고 둥둥거리며 떠 있다.  정찰하러 왔나?? 아... 사고 났구나! 제일 먼저 등반한 선두팀에서 난 사고다.  나중 등반해서 보건대 바로 위면 레뷰파 크랙에서  V형 트레버스 지점으로 추정된다. 연이어 3번의 반복 운행으로 모두 이송해 갔더랬다.

입에 많이 오르내리는 레뷰파 크랙.. 짐의 무게가 부담 주지 않는다면 노멀 한 크랙 루트다.

그리고 '레뷰파 크랙' 상단 종료지점부터 '75m 디에드르' 까지는 큰 틀에서 우 상향으로 등반 라인이 이뤄졌다고 보면 된다. 

('레뷰파 크랙' 상단 종료점 위 직상 아님, 우측으로 클라이밍 다운 스타트~)

레뷰파 상단 확보지점서 약간의 고소 증상으로 한 숨 돌리며 확보 보는데 줄이 왜 이리 안 가나 싶어 고개 내미니...

형윤형님 우측 돌아 직상으로 등반 중이시다. 아니라면서 클라이밍 다운해야 한다니... 다시 내려가신다.

그리고 클라이밍 다운할 수 있는 곳까지 내려가면 바로 우측으로 디에드르형의 큰 라인이 형성되어 있다.

사진에서 봐 왔던 눈 덮인 그곳처럼 보이긴 한데, 아무튼 그 큰 라인 따라 상부 하켄 확보지점에 등반 종료한다. 

확보지점서 휴식 겸 젯보일에 눈 녹여 물 보충하고... 다시 등반을 이어가려고 오른쪽 등을 올라타는데 좀 난해하다. 

다시 클라이밍 다운했던 지점까지 내려 서 우측 상부로 등반을 이어간다. 행윤행님도 왔던 곳이긴 했지만 기억이 가물가물 했던 것이다. (이 피치는 클라이밍 다운 한 지점을 기준으로 '출발 지점'과  '종료 지점'을 큰 V 행태를 그리며 등반하면 쉽고 안전하게 등반할 수 있다. 그랑드조라스 루트 상 레뷰파 크랙 찾는 것과 여기서 조금 조심하면 크게 길 헤맬 일은 없는 듯하다.) 종료 지점서 2~3피치를 더 오르면 75m 디에드르에 도착하게 된다. 

'75m 디에드르'는 (50자 기준) 3피치 끊는 거는 조금 짧게 느껴져 중간에 한 번 끊어 두 번으로 등반했다. 자일 유통도 부담 없고 여유 있다. 캠은 한 두 곳 썼던 거 같기는 한데 전반적으로 하켄도 잘 박혀있고 경사도 그렇게 쌔지 않으며 홀드 또한 탁탁 걸려 부담 가는 곳은 아니다.  눈이나 얼어 있으면 상황은 당연 달라지리라...

'75m 디에드르' 다음 피치부터는 눈이 많이 녹기는 했지만 응달에 구배가 있는 곳은 눈이 쌓여 있다. 확보 한 두 곳만 해놓은 터라 조심스레 등반을 이어가는데 상부에서 꺾이는 바람에 50m 자일이 짧다. 슬링으로 확보지점을 연장 등반 종료, 바로 바통 이어받아 형윤행님이 상부 트래버스 종료점까지 등반해 나간다. 경사진 면에 눈이 좀 쌓여 등반이 지체된다. 눈 치워 가며 하강 트래버스로 종료 지점 안착, 비너 회수하며 눈 치우며 각각 종료 지점에 안착한다. 밑을 보니 디에드르 상부에서 2진 비박 준비에 들어가고 있다. 점점 해가 지고 있다. 디에드르와 상단 벽면은 음지와 양지로 뚜렷이 양분활 되었다.

형윤형님은 한 피치만 더 가면 비박할 곳이 있단다. 그곳이 바로 몇 해 전 구조되기 전 비박지란다.

벽에서의 첫 비박지. 2진 보다는 다리 펼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된 것이 나름 마음에 든다. 전투식량으로 빈 속을 채우고 새벽을 기다리며 긴 어둠속에 든다.

 

8.1일 이른 아침...

마지막 하나 남은 전투식량으로 아침을 준비하는데 2진으로부터 등반 소식이 무전으로 전해진다. 

아침 해결하고 출발 준비하니 바로 아랫 피치에 규철형님이 도착한다.

응달에 바위가 차다. 더욱이나 손도 찬 편인데... 홀드 하나에 입김 한 번 불고 당체 등반이 원활하지가 않다.

오전 스타트를 형윤형님의 출발로 시작된다. 손은 참을만하다는데 그저 대단해 보인다. 로보트인가? ㅜㅜ; 

회색슬랩... 알고는 있었다. 슬랩이 아닌 페이스인줄을... 우리 팀은 1피치를 기준으로 각각 좌, 우 다른 루트로 오른다. 1진은 중앙 페이스의 크랙을 따라 올랐고 2진은 좌측 암릉 측으로 올랐다. 당연히 등반 종료지점 또한 다르다. 2진 규철행님은 등반 종료지점이 있는 반면 형윤행님은 한 번에 50m 끊는 바람에 종료지점이 없어 크랙에 확보지점을 구축했다. 등반해 보니... 꽤 힘들었을 것이다.

햇빛 들은 회색암탑 부근에서는 바통 이어받아 등반에 나선다. 삼각설전 지나 붉은 침니에 다다를수록 눈이 홀드를 가리기 시작한다.  눈 쓸어가며 등반하려니 손 또한 차가워 온다. 낙! 낙석~ 믿음직했던 왼손 홀드가 빠진다. 눈에 가려 움땔 곳도 마땅치 않다. 오른 손가락은 점점 감각은 무디어 오고... 올라오며 확보한 것은 저 아래 캠 하나. 그것도 나름 좋다고 생각한 덧장 크랙이다. 젠장... 갑자기 추락이 땡긴다. 아!~  줄이다. 2진 말 번 김회장님이 등반한 줄이 보인다. 행윤행님께 급히 무전을 날린다. 빨리 고정 좀 시켜 달라고... 하... (회색암탑 부근에서 참고 참았던 뒷간 일 좀 보느라 2진이 선두를 등반하고 있었다.) 

등반 2일째 하일라이트는 붉은 침니에서 암탑으로 넘어서는 구간이 아닐까... 선두를 등반하고 있는 2진, 쌓인 눈 때문에 등반시간이 지체되고 있다.  점점 해가 지고... 곧 어둠이 드리울 것이다. 한참 후... 눈 덮여 디딜 곳 마땅치 않고 잡을 곳 마땅히 없는 설사면을 규철형님이 위험 무릅쓰고 등반을 완료한다. 그것도 암벽화로... 무전으로 전해져 온다. 빙벽화에 크램폰 착용하는게 났겠다고.... 등반하면서 보건대... 마음 잡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란 게 느껴지는 구간이다. 고생하셨어요~ ㅜㅜ.  어둠이 드리우고 고정된 자일로 서둘러 등반을 마친다. 붉은암탑의 좋은 자리를 우리에게 내어 주고 한 피치 위 비박할 곳이 있다며 서둘러 떠나신다. "따시게 보내시지요~" 짧은 인사를 끝으로 2진은 상부 경사진 바위면에서 2일째 비박에 들어간다. 장비 정리차 일어서는 찰나의 순간 바람에 매트를 압수당한다. 아... 이런...ㅠㅠ;  어둠이 점령하자 마魔의 바람은 밤새... 새벽이 오도록까지 두들겨 팬다. 모두들 무탈한 밤이 되시기를...

8.2일 기어이 아침은 왔다.

맞은편 능선에 빛이 들자 손바닥 치며 교대하듯 바람이 잦아든다. 그 긴 밤이 지나간 건가...

위에서 행님들 목소리가 전해져 온다. 출발할 장비가 부족하단다. 어둠에 서둘러 오른 바람에 자일이며 장비를 다 챙기지 못했던 거다. 서둘러 위로 향한다. 이른 아침... 살아남은 자들과의 조우... 그 어느 때보다 반가운 얼굴들이다.

짧은 안부인사와 함께 각각 정상을 향한 등반이 시작된다. 등반 3일째... 허기와 고소로 인해 몸은 무겁고 호흡은 거칠기만 하다. 갈증 해소로 눈과 얼음을 입에 베어 문다. 몇 피치 오르기를 거듭.. 드디어 눈 덮인 지붕이 보이기 시작한다. 정상이다.

오전 10시경... 5명은 그렇게 2박 3일의 등반으로 정상을 밟았다.

그랑드조라스 정상. 거벽이 그렇듯 끝 너머 다시 끝이 보이며 시작되는 끝. 얼마큼 올랐는지는 첫날 등반하면서부터 머릿속에서 지우려 했다. 아침이면 등반 시작하고 해가 지면 멈추고, 밤이면 버티고, 더 오를 곳이 없을 때까지 등반하면 된다. 그게 오히려 정신건강에 이롭다. 그 고대하던 그랑드조라스 정상인데 눈물 날 정도의 희열은 아니다. 오히려 감기 몸살로 오른 조디악... 땅을 밟고 하프돔을 봤을 때 벌컥하고 터진 눈물을 훔친 기억이 난다.  얼마의 휴식으로 다시는 올까 싶어 정상의 사진을 담고 담는다. 

지루하고 험난한 하산의 시작...

등반 전 '산악인의 집'에 들려 그랑드조라스 등반 후기에 하산길이 위험하니 각별히 주의를 요한다는 내용을 입수했었다.

아마도 빙하가 녹아 암벽과 설벽 사이의 베르크슈룬트의 폭이 커졌거나 깊어져서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등반 초입 스타트 지점에서도 베르크슈룬트로 인해 자료에서 봐 왔던 스타트 지점이 아닌 위쪽 설벽으로 붙어 시작했었다.

참고로 하산 과정을 간략하게 풀어 본다.

 

ㅡ 정상 피크를 기준으로  남쪽 암릉지대(앞 측의 우측봉)에 내려 서 경사진 너들지대를 하염없이 내려오면 마지막 끝에선 설벽을 하강해야 하는 지점에 도착한다. 기존 등반자들이 하강  차 설치한 슬링 흔적들이 있다. 하강은 중앙 하강 보단 사선으로(설벽 끝에 내려서도 경사도 및 거리가 높아 클라이밍 다운 힘듦) 하강 시도, 사선으로 60m 자일이 바닥까지는 닿지 않아 바일로 지지, 2차 하강 후 말 번 클라이밍 다운으로 내려 옴)

ㅡ 하강 후 빙하에서 정면 기준 우측 2시 방향 암릉 끝으로(중앙 독립 봉우리 아님)  조심스레 내려서면 2차 암벽지대가 나온다. 일부 구간 클라이밍 다운도 가능하나 상단에서부터 60자 4번이면 빙하 지대까지 안착 가능하다.(3번 하강할 때 까지는 하강 슬링 흔적이 보이나 4번째 하강은 암각에 슬링 설치 후 하강함. 기존 등반자들은 마지막 클라이밍 다운했을 것으로 추정)

ㅡ 본격적인 크레바스 빙하 지대에 접어드는데 어디를 찾아도 정면 통과 하기 힘듦. 역시나 우측 암릉 벽면으로 내려와야 하는 게 답인데 베르크슈룬트가 형성되어 있어 벽면을 조심스레 클라이밍 다운... 後후!.... 벽면 상부(빙하가 녹기 전의 하강 포인트 같음)에 슬링 하강 포인트가 있음(잘 찾을 것!). 여기서 하강으로 베르크슈룬트를 넘어서는 게 아닌 벽면을 따라 사선으로 하부 바위 바닥면까지 하강 안착. 여기까지 잘 찾아 내려왔다면  역시나 그대로 벽 면을 따라 이동, 하강.. 후론 대체적으로 어렵지 않게 3차 빙하지대까지 하산.. 하강.. 거듭한다.

ㅡ 빙하 지대가 끝나는 마지막 3차 빙하지대 통과 역시 미로처럼 형성되어 있는 경사진 크레바스 지대로 어둠이 찾아오면 통과하기가 쉽지 않다. 앞에 보칼레트 산장이 있을 것으로 확실시되어 위험 무릅쓰고 통과 시도, 큰 사고 없이 통과(위험한 일이 두세건 있었음)

ㅡ 마지막 관문...보칼레트 산장 찾기! 어둠 속에서 정확한 위치는 모른 채 여기 정도 있다는 사진 상 자료만 알고 있어 하산하며 찾았으나 전혀 찾을 수 없었음, 위에서 산장으로 봤던 불빛은 꾸르마이어 마을 조명이었든 것. 산장이 암릉 뒤편에 숨어 있어 밑에선 보이나 위쪽에선 보이지 않음. 불빛도 전혀 안 보임.(결국 하산을 포기하고 길에서 벗어난 경사진 바위 계곡에서 하룻밤을 거 함. 아침에 눈뜨니 떡하니 암릉 뒤편에 산장이....)  미리 위치를 잘 파악해 놓으면 좋을 듯하다.

ㅡ 정상에서부터 나름 선명하게 보이는 꾸르마이어 마을... 절대 가까운 게 아니다. 산장 역시 해발 2800고지에 있으므로 경사진 암릉 지대를 밤에 내려오는 것은 위험할뿐더러 여러 갈래의 길 같은 흔적 따라 내려오면 길 잃을 확률 높다. (아침이 되어서야 등산로 발견)

※ 하산하면서 오래전 타 등반자의 하강 폐자일을 봤듯 우리 팀 또한 자일 두동과 몇 개의 슬링을 기부했다.

여러 하강 확보점에 빛바랜 슬링만 한두 개씩 설치된 것을 보게 된다. 참고로 배낭에 여유가 된다면 보강용 5mm 안팎의 코드 슬링을 몇 미더 준비하면 좋겠단 생각을 해 본다.

그렇게 4일째 밤을 남측 바위틈에서 보낸다.

김회장님이 쉬었다 가신다며 바위틈새에 몸을 맡기셨다. 자고 아침에 가자신다. 

쪼그려 주무시는 게 그래서 경사진 면에 자갈 모아 자리를 만들었다. 등이 배기신다고 그냥 주무시겠다며 아침에 보자신다.

매트도 없는 자갈 바닥에  침낭커버 덥고 하늘 보며 누웠다. 눈꺼풀이 무거워질 무렵 어디선가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형윤행님이 안 내려와서 걱정되어 올라오셨다. "회장님이 그냥 주무시고 가신데요.." 아침에 마을 입구에서 보자며 잠자리에 들러 가신다. 오늘 밤은 모두들 편안한 밤이 되시기를 바래본다. 

밤하늘이 밝다 못해 초롱초롱하다. 잠시 어렸을 적 여름날 평상에 누워 봤던 밤하늘이 생각난다. 밤바다가 그때보다 더 빛나 보인다. 은하수도 보인다.

아마도 저 수많은 별들이 우리를 마중 나온 모양이려나 생각해 본다. 그랑드 조라스를 아무런 사고 없이 등반을 잘 마쳤다.

여기에 있게 한 모든 것에 감사하다. 눈이 감긴다. 그저... 마음 편안한 밤이다. 

 

P.S

하산길에 김회장님이 뜬금없이 물어 오신다.

"이번에 신기록 달성한 거 아나? " 

"기록.. 요? . . . ."

"우리나라에서 63세에 그랑드조라스 등반한 사람은 없지 싶은데..."

"아....ㅎㅎㅎ"

항상 바위 곁에 계셔 세월의 흐름을 망각했습니다. 

기록이든 아니든... 무탈히 등반하시는 모습 보여줘서 저도 기분이 좋습니다. 

언제나 저희들 옆에서 버팀목 역활을 해 주셔서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_ _)

늦었지만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