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주민욱 기자
장암 적벽에서 진행된 부산빅월클럽의 올해 첫 인공등반교육
이미지 크게보기경남 함안의 장암 적벽에서 인공등반을 하고 있는 부산빅월클럽의 교육생. 장암 적벽은 등반 거리가 짧고 기울기도 적당해 교육지로 적당하다.
비가 제법 내렸다. 일기예보는 오후에 비가 내린다고 했는데, 아무래도 비구름이 더 빨리 몰려온 것 같았다. 멀리서 등반 장비가 부딛칠 때 나는 쇳소리가 촉촉한 공기를 타고 전해졌다.
높이 12m, 110도 기울기를 가진 작은 암장에 도착했다. 비가 와서 사람이 적을 줄 알았는데 반대였다. 많은 이들이 바위 밑에서 등반 열기를 내뿜고 있었다.
이미지 크게보기크랙 크기에 알맞은 장비를 고르고 있다. 인공등반은 섬세하면서도 과감한 등반 동작이 요구된다.
장암 적벽은 중부경남클라이밍연합회와 경남적십자 산악봉사회가 2009년 개척했다. 인공등반과 자유등반을 함께 즐길 수 있는 한국에 몇 안 되는 암장이다. 인공등반 코스는 중부경남클라이밍연합회 회원인 서석수씨가 개척되기 몇 년 전부터 보아 왔던 곳이다. 코스가 만들어지자 인공등반 훈련과 교육의 최적지로 호평을 받으면서 여러 등산학교에서 장암 적벽을 찾고 있다.
인공등반은 시간이 많이 지체되는 등반이라 코스가 길면 확보자와 등반자 모두 지칠 수 있다. 하지만 장암 적벽은 대부분의 코스가 짧아서 여러 난이도를 가진 등반 루트에서 훈련할 수 있다. 자유등반은 95~105도 정도의 오버행으로 되어 있지만 완력보다는 밸런스를 요구하는 루트로 구성되어 있다.
이미지 크게보기포탈레지 설치 방법을 익히고 있다. 처음에는 시간이 많이 걸렸는데, 익숙해지자 모두 금방 설치했다.
이날은 부산빅월클럽아카데미(회장 김건)에서 16기 수강생들을 끌고 왔다. 부산빅월클럽은 2004년에 생겼다. 2000년대 들어서자 인공등반과 빅월등반 열풍이 전국을 휩쓸었고 부산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 중심에 선 이들이 부산빅월클럽이었다. 2006년, 인공등반 교육 1기를 시작으로 부산·경남의 많은 교육생들을 배출했다.
이미지 크게보기설치한 장비를 보면서 신중히 등반 중이다. 장비가 빠지면 추락이다!
10여 년이 지났지만 처음 분위기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섬세하지만 과감해야 하고 정적인 것 같지만 굉장한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인공등반의 교육 철학은 안전이 1순위라 교육생은 소수 정예로 이뤄진다. 이번 16기는 6명의 교육생으로 구성되어 이날은 3주차 교육이었다. 교육생들은 모두 등반 경험자들이었다.
장암 적벽의 중앙벽인 ‘붉은 벽’에는 두 개의 등반루트에서 등반을 실시했고 왼쪽으로는 포탈레지(절벽에 매달아 공중에 늘어뜨려 설치하는 암벽등반용 간이 침대) 설치 교육이 한창이었다. 벽에 매달려 설치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였다. 모두 초반에는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여러 번 반복하자 설치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교육생들은 포탈레지를 설치한 다음 잠깐 휴식을 취했다.
이미지 크게보기줄사다리에 발을 걸치고 서서 다음에 설치할 장비를 고르고 있다. 장비 설치는 신중해야 한다. 그래서 인공등반은 등반 시간이 길다.
그러자 옆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통영에서 온 김미지씨가 벽에 줄사다리를 걸고 잽싸게 발을 올려 일어서는 순간 설치했던 너트가 빠지면서 추락한 것이다. 추락 거리가 짧았지만 그래도 김미지씨의 눈빛은 더 매서워졌다.
인공등반은 장비만 써서 올라야 하는 등반이 아니다. 적재적소에 알맞은 툴을 설치할 수 있는 실력과 정신력이 합쳐져야 한다. 확보물을 설치하고 체중을 실을 때 그 아슬아슬한 긴장감은 등반자만 알 수 있다. 교육생들은 하나같이 이마에서 땀을 뚝뚝 흘렸다. 그리고 시선은 오로지 앞에 보이는 확보물에 고정된 채였고, 안정이 되면 그제야 천천히 몸을 움직여 다음 확보물 설치 장소를 찾아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이미지 크게보기장암 적벽 전경. 높이 12m, 각도 95~105도 정도 기울어져 있고, 인공등반 전용 암장이지만 자유등반 코스도 8개 정도 있다.
교육기간에는 톱로핑 방식으로 안전하게 진행됐다. 교육생 김도완씨는 장비를 회수하면서 확보물이 잘 빠지지 않아 10여 분 사투를 벌였다. 강사들이 그에게 달라붙어 확보물 빼는 요령을 알려 주느라 분주했다. 일반등반보다 더 힘이 든 모양인지 김도완씨의 찌푸린 얼굴은 어느새 땀으로 뒤범벅됐다. 우여곡절 끝에 장비를 회수하고서야 그는 환하게 웃었다. 등반은 즐거운 것이다. 어렵게 뺀 확보물 하나로 행복할 수 있는 것! 부산빅월클럽 김규철 대표강사는 항상 즐거운 등반을 추구한다. 즐거운 등반은 어느 힘든 등반지를 가더라도 버틸 수 있는 힘이라고 말했다.
info
장암 적벽 경남 함안군 칠원읍 장암리 산15-1
장암 적벽 경남 함안군 칠원읍 장암리 산15-1
2009년 중부경남클리이밍연합회를 중심으로 경남적십자 산악봉사회가 개척했다.
인공등반 전용 암장으로 개척했으며 자유등반코스도 8개 정도 만들어져 있다. 높이 12m 내외, 각도 95~105도 정도 된다.
인공등반 전용 암장으로 개척했으며 자유등반코스도 8개 정도 만들어져 있다. 높이 12m 내외, 각도 95~105도 정도 된다.
본 기사는 월간산 2022년 4월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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